<귀농 귀촌인을 위한 실전 텃밭 가꾸기> 중에서
토마토는 추위에 약한 작물로 늦서리 피해가 없는 5월 초순에 심는다. 토마토는 줄 간격 90cm, 포기 간격 60cm로 가급적 넓게 심고 지지대를 세워 줄기를 유인해줘야 한다. 토마토는 곁가지가 많이 발생하므로 원줄기 하나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보이는 대로 전부 따준다. 연작 피해를 피하려면 3년간 돌려짓기를 해야 한다. 토마토는 병충해가 적어 재배하기에 쉬운 작물로 약산성 토양(pH6.0~6.5)을 좋아한다. 방울토마토의 재배법은 일반 토마토와 동일하다.
토마토는 텃밭 농사 하면 빠지지 않는 작물로 재배하기도 쉽다. 특히 방울토마토는 비가 많이 오더라도 열과현상(터지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재배가 더욱 용이하다. 나무에 매달린 채 빨갛게 익은 토마토의 맛과 향은 마트에 파는 토마토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마트에 파는 토마토는 아직 파란색일 때 수확한다).
우리 집에서는 이상하게도 토마토가 잘 자란다. 초보 농사꾼이었던 시절부터 “저 집 토마토 농사만큼은 잘 짓네!”라는 말을 줄곧 들어왔으니까. 보기만 좋은 게 아니라 맛도 있다. 7월 중순경부터 우리 집에 놀러오는 분들은 잘 익은 토마토를 맛보실 수 있는데, 모두들 우리 집 토마토의 진한 향과 감칠맛에 놀라곤 한다.
1) 심는 시기
토마토는 유난히도 추위에 약한 작물이다. 남들 따라 4월 말에 심었다가 늦서리라도 한 번 내리면 한 방에 훅 간다. 가급적이면 늦게, 우리 집에서는 5월 5일이 지난 이후에 토마토를 심는다.
토마토는 모종을 만들기가 어렵고 키우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므로(75~80일) 대부분 모종을 구입하여 심는다. 토마토 모종을 구입할 때쯤이면 대개 첫 번째 꽃봉오리가 맺혀 있는데, 모종을 심을 때는 꽃봉오리가 바깥쪽을 향하도록 심는 것이 좋다. 꽃봉오리는 대개 한 쪽 방향으로만 계속 형성되므로(토마토가 바깥쪽으로만 열린다), 나중에 수확하기가 쉽다.
토마토 모종은 씨앗으로 발아한 모종도 있지만 감자에 토마토 순을 접목하여 키운 모종도 있다.
2) 밭 만들기
토마토는 예상외로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이다. 토마토밭을 만들 때에는 퇴비를 듬뿍 넣어주는 것이 좋다. 가급적이면 비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토마토는 재배기간이 길어 웃거름도 줘야 하는데, 웃거름으로 비료를 줄 경우에는 뿌리 근처에 비료가 닿지 않도록 멀찌감치 줘야 한다. 행여 비료가 뿌리에 닿게 되면 토마토가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는 웃거름으로 자가제조한 액비를 사용한다. 키토산 액비나 아미노산 액비를 묽게 타서 이따금 밭에 뿌려준다. 꽃이 필 때는 인산칼슘도 엽면시비를 해준다. 이렇게 액비를 주고 키우면 잘 자라기도 하지만, 과일의 맛과 향이 강해진다. 돌이켜보면 우리 집 토마토가 맛있는 이유는 내가 공을 많이 들이기 때문인 것 같다. 토마토 연작 피해를 피하려면 3년간 돌려짓기를 해야 한다.
3) 재식 거리
토마토도 다른 작물과 마찬가지로 여유 있게 공간을 띄우고 심어야 좋다. 나는 토마토를 심을 때 적어도 포기 간격을 60cm는 되도록 심는데, 간격이 넓어야 햇빛도 잘 받고 바람도 잘 통한다. 병충해 피해도 줄어든다. 물론 제한된 텃밭 면적에서 무조건 넓게 심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60cm는 되어야 나중에 옆에 심은 토마토와 서로 얽히지 않는다. 토마토는 병충해에 강해 그동안 피해를 입은 적도 거의 없다. 나는 토마토를 수확하고 나면 토마토가 열렸던 곳 아래의 잎들은 바람이 잘 통하도록 적당히 따준다. 무슨 작물이든 통풍이 잘 되어야 병이 줄어든다.
4) 토마토 키우기
토마토는 한 개씩 열리는 것이 아니라 뭉쳐서 열매가 열린다. 토마토 화방은 작게는 3~4개, 많으면 10개까지도 모여서 꽃이 핀다. 이렇게 뭉쳐서 열리는 토마토를 한 단이라고 부르는데 아래서부터 순차적으로 1단, 2단이라고 한다. 대개 노지 재배의 경우는 4~5단 정도 키우면 끝나는데, 재배 기술이 늘면 7단도 키울 수 있다.
토마토는 한 포기에 한 줄기만 키워야 한다. 토마토는 매 분지점마다 곁순이 나오는데 조금만 곁순을 늦게 따줘도 곁가지가 원줄기보다 굵어진다(곁가지의 성장 속도가 원줄기보다 빠르다). 따라서 토마토를 제대로 수확하려면 과감하게 곁순을 전부 따버리고 꼭 한 줄기만 남겨야 한다.
토마토 곁순은 병균의 침투 우려가 있으므로 맑은 날 손으로 밀어서 따내어준다. 토마토 곁순은 심지어는 9월까지도 계속 자라므로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안 된다.
토마토는 꽃이 핀 후 50일이 지나야 빨갛게 익은 토마토가 되므로, 7월 초~중순까지 핀 화방까지만 키우고 순지르기를 한다. 7월 중순 이후에 핀 꽃은 9월 중순이 되어야 수확할 수 있는데, 이때쯤에는 기온이 낮아지므로 더 이상 토마토가 익지 않고 파란 상태로 남는다. 파란 토마토는 애써 키워봤자 맛이 없으므로 버려야 한다.
물론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할 경우는 더 오래까지 꽃을 피워도 된다. 다만 텃밭이 작아 토마토밭을 김장밭으로 사용하려면 7월 초순까지만 화방을 키워 수확을 하고, 8월 20일경에 토마토를 뽑아버리면 된다.
5) 생리현상
토마토를 재배하시는 분들의 밭에 가보면 토마토 가운데가 까맣게 썩어 들어가는 배꼽썩은병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배꼽썩은병은 바이러스에 의한 병해가 아니라 칼슘 부족에 의한 생리 장애 현상이다. 특히 배꼽썩은병은 칼슘이 부족하기보다는 수분이 부족할 때 많이 발생한다. 수분이 부족하면 땅속에 칼슘이 있더라도 흡수를 할 수 없어 병이 발생한다.
특히 화단(Raised bed)을 만들 경우 지하수위가 낮아지기 때문에 쉽게 수분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 배꼽썩은병은 일단 증세가 나타나면 치료가 되지 않으므로 보이는 대로 전부 따버리는 게 낫다. 작은 토마토에 증세가 나타나면 나중에 토마토가 커져도 없어지지 않는다.
한 번은(비닐 멀칭을 했을 때) 비가 많이 왔는데도 배꼽썩은병이 발생했다. 그래서 비닐을 찢고 안을 들여다보니 흙이 바싹 말라 있었다. 비닐 멀칭을 한 경우에는 비가 오더라도 수분이 땅속에 스며들지 못하므로 인위적으로 물을 줘야 한다. 예전에 토마토밭을 볏짚으로 멀칭을 해준 적이 있는데, 그때 가장 풍성하게 토마토를 수확했던 것 같다.
화방 끝에서(토마토가 열린 끝에서) 다시 토마토 줄기가 자라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는 붕소 결핍 현상이다. 이 줄기는 바로 잘라주는 게 좋고, 일주일 간격으로 2~3차례 붕소를 엽면시비를 해주면 된다. 붕소는 칼슘과 함께 주면 빠른 양분의 이동에 도움이 된다고 하므로, 나는 해마다 예방 목적으로 인산칼슘에 붕소를 섞어 몇 차례 엽면시비를 해준다.
잎이 아래서부터 말려 올라가는 현상도 쉽게 볼 수 있는데, 질소 성분이 많은 밭에서 주로 발생한다. 모든 양분이나 미량요소의 흡수 정도는 토양의 수분에 따라 달라지므로 제일 중요한 것은 수분 관리이다.
반대로, 뿌리썩음병은 물 빠짐이 좋지 않을 때 발생한다. 토마토는 습기가 많은 땅에 심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또한 충분히 썩지 않은 퇴비를 사용하여 염류 농도가 높을 때에도 뿌리썩음병이 발생한다.
토마토가 터지는 열과현상은 건조하다가 갑자기 수분이 많아질 때 나타난다. 따라서 물을 일정하게 공급해 주는 하우스 재배보다는 노지 재배인 경우 열과현상이 더 많이 발생한다.
6) 토마토 유인법
제일 쉬운 설치법은 삼각형 지지대이다. 지지대는 2m 길이는 되어야 하고, 60cm 간격으로 지지대를 삼각형으로 세워준다. 지지대가 옆으로 쓰러지지 않도록 삼각형 위에도 긴 막대를 서로 엮어준다. 삼각형 지지대의 양쪽 끝단에 토마토를 심으며, 포기 간격은 지지대에 맞추어 60cm 간격으로 심는다. 토마토 줄기가 자라면 매 40cm 정도 되는 곳마다 지지대에 토마토 줄기를 묶어준다. 이때 작물 유인끈(또는 빵끈)을 사용하여 8자 형태로 묶어주면 편리하다.
삼각형 지지대를 만들 때 제일 큰 장점은 튼튼하다는 것이고, 단점은 키가 커졌을 때 상단이 복잡해진다는 점이다. 또 빵끈을 사용하여 비스듬히 세워져 있는 고추 지지대에 8자로 줄기를 묶어주는 것도 좀 번거롭긴 하다(나중에 끈을 풀기도 귀찮다). 하지만 이 방법은 내가 지난 10여 년간 사용하던 이미 검증된 방법이니 믿고 사용하셔도 좋을 것 같다.
최근에 긴 줄로 토마토 줄기를 유인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비닐하우스에서 대량으로 재배하는 경우는 천정에서 긴 줄을 늘어뜨려 토마토가 줄을 타고 올라가도록 유인해준다. 줄을 늘어뜨려 유인하는 방법은 키가 커져도 상단이 복잡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 8자로 줄을 매어줄 필요도 없고, 간단히 토마토 줄기를 줄에 집게로 물려주면 끝이다. 또 상단에 비닐만 씌우면 비 가림 재배도 할 수 있다.
단점을 말하자면, 노지에서는 줄을 맬 곳이 없으므로 사각형 틀을 미리 만들어야 한다. 지지대만 튼튼하게 만들 수 있으면 이 방법도 꽤나 괜찮은 것 같다. 실제로 이 방법을 사용하고서 태풍이 불어온 적이 있는데(비록 큰 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별 문제없이 잘 버텨주었다. 물론 좀 더 확실한 검증을 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P.S. <귀농 귀촌인을 위한 실전 텃밭 가꾸기>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모종 심는 시기는 중부지방 기준으로, 같은 중부지방이라고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