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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애담다 Feb 23. 2024

부모-자녀


생명의 신기함을 아이들과 함께 두 번째로 맞이하고 있다.

첫번째는 부화기를 사서 알부터 시작하여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들.

정말 닭까지 무럭무럭 커서 시골 농장에 보낸 일.


아이와 함께 나도 처음 겪는 일이 많은데 유독 '생명'의 탄생을 시작부터 한 경험은,

어른인 나에게도 정말 값졌다.


작년 12월, 첫째 아이의 소원을 듣고, 듣다가 햄스터 입양을 결정했다.

어릴 때 나또한 조르고 졸라 햄스터를 입양하였고 혼자 청소하고 먹이주고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짝짓기를 하고 새끼가 태어났고 정확히 3번 정도 햄스터가 새끼를 물었던 기억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았기에 하는 행동.

그 모습을 또 반복해서 경험하고, 또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햄스터 입양 조건은 무조건 한마리!"라고 조건을 내걸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남편이 햄스터를 입양하고 온 날. 

아이는 햄스터 가게 주인에게 "암컷으로만 두 마리를 주세요"라고 말을 하였고 고민하고 고민하여

예쁜 하얀색 햄스터와 연 베이지의 '암컷' 햄스터 두 마리를 입양해왔다.


생각보다 예쁘고 귀여웠다. 

하는 행동도 그렇고 어릴 때 충격적인 장면으로 얼룩진 햄스터의 귀여운 모습이 이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암컷'이기에 큰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명절 연휴를 보내고 약 4일만에 집으로 왔는데 딸이 소리를 질렀다.

숨을 가파르게 쉬면서 "놀라지마..."하며 꼬물거리는 새끼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암컷이라고 했지만 수컷과 암컷. 한 쌍이었나보다.

그 후로 만지지도 않고 최대한 조심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난 조심스러워서 사진마저 찍지 못했다.

훗날 참혹스러운 장면을 마주칠까, 늘 눈을 감고 한참뒤에 뜬 뒤 햄스터들을 살펴보곤 했다.


그런데 정말 다행이도 햄스터 아기들은 무럭무럭 잘 자랐고 

햄스터들도 다행히 우리와 하도많은 스킨십을 하여서 그런지 스트레스 없이 평온해보였다.

열심히 젖을 물리고 육아하는 모습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며...

그새 큰 아이들도 느끼는 바가 달랐다.


"햄찌(햄스터 엄마) 힘들겠다. 아이들 돌보느라" 


정말 그랬다. 햄스터 아이들이 눈을 뜬 뒤로 일부러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늘 집 아래 어두컴컴한 곳에서

새끼들을 보살피다가, 이제 한번씩 밖으로 꺼내어 밝은 곳에서 아이들을 물어다 놓고, 물어다 놓고 반복했다.


새끼들은 뒤뚱뒤뚱 걸음마를 하고 또 넘어지고 그러다가 잠이 들고...

그러면 다시 햄스터 엄마, 아빠는 아이들을 물고 다시 둥지처럼 아늑하게 만든 곳에 아이들을 놓고...


하루하루가 정말 신기하고 감사했다.

그리고 털이 자라고 햄스터 아이들이 빠르게 걷는 모습을 보며 "와..." 저절로 이런 소리가 나왔다.


그 광경을 아이들과 함께 해서 너무 좋았다.

생명이 자라고 크고 또 독립하는 순간까지 말이다.

그 사이, 햄스터 집을 두 채를 더 샀다. 

그리고 젖을 떼고 사료를 먹기 시작할 무렵, 독립을 시키기로 했다.

달력에 표시한 날까지 엄마, 아빠와 함께 있는 그들 총 6마리 아기 햄스터들을 보면서 

삶의 단축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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