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0년, 사람이 살지 않는 땅에 발을 디딘 기후 난민들의 이야기
-제목: 노 휴먼스 랜드
-지은이: 김정
-출간일: 2023년 7월 14일
-장르: SF, 블록버스터, 영어덜트
오늘자로 창비 출판사에서 출간예정인 김정 작가의 소설 <노 휴먼스 랜드>의 가제본을 소설Y클럽에 당첨된 덕분에 출간 전 운 좋게 미리 읽을 기회를 얻었다. 무려 제3회 창비x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 대상 수상작이다. 창비 출판사의 대표적인 영어덜트 소설 <아몬드>나 <위저드 베이커리>를 재밌게 읽었기에 이번 <노 휴먼스 랜드>도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나갔다.
▶ 가제본과 함께 들어있던 김정 작가님의 편지!
-설정 및 줄거리:
<노 휴먼스 랜드>는 시공간적 설정부터 독특하다. 2044년, 전 세계에는 폭염과 폭설, 가뭄과 한파, 지진과 쓰나미, 허리케인과 산불 등 온갖 기후 재난이 잇따라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사상자가 속출하고 기후 난민이 급증한다. 이것이 ‘1차 세계 재난’이다.
곧이어 공포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범세계적으로 유엔기후재난기구(이하 UNCDE)가 조직된다. 본래 UNCDE의 창립은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는 선한 목적에서 기인했겠지만, UNCDE의 엄격한 통제는 재앙을 불러온다. 금우법을 제정해 축산업을 규제하자 육류를 비롯한 모든 식량의 가격이 치솟고, 불법으로 도축한 고기를 먹고 수백 명이 사망한다. UNCDE는 식량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이동과 물류도 통제한다. 누구든 먼 거리를 이동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고, 개인별 전기, 가스 사용량도 제한적으로 할당된다. 탄소 배출 제한령으로 인해 공장들은 더 이상 가동되지 못한다. 생활필수품을 제외한 물품, 예컨대 담배, 커피, 장난감 같은 물건들은 철저히 생산이 금지된다.
1차 세계 재난이 발생 6년 후, 또다시 2차 세계 재난이 일어난다. 한마디로 기후 위기가 정점을 찍은 아포칼립스 상태다. 지구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UNCDE는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인 ‘노 휴먼스 랜드’를 지정한다. 지구의 57퍼센트를 노 휴먼스 랜드로 지정해서 지구가 하루빨리 과거로 돌아가도록 하는 다소 극단적인 선택지를 감행한 것이다.
본격적인 사건은 2070년 노 휴먼스 랜드로 지정된 척박한 땅, (과거 대한민국의 수도였던) 서울에 노 휴먼스 랜드 조사단 5인방이 파견되며 시작된다. 노 휴먼스 랜드의 단장 파커와 단원 아드리안, 한나, 크리스, 그리고 주인공 미아는 남산타워 전망대 위의 부러진 송신탑. 흙먼지로 뒤덮인 용산 공원을 마주한다. 캐나다 그레이 시티에서 자란 미아는 할머니의 고향, 서울이 황폐화된 모습을 보고 충격에 휩싸인다. 미아는 사실 X라는 인물의 사주를 받고 ‘시은’이라는 거짓 신분으로 노 휴먼스 랜드에 잠입한 첩자다. 미아는 X의 이름, 직업, 나이, 사는 곳을 알지 못한다. 단지 잠입의 대가로 X가 약속한 금액이 그레이 시티보다 더 나은 난민 거주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X의 거래를 받아들인 것뿐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노 휴먼스 랜드 조사단 중 한 명인 아드리안의 실종 소식이 들려온다. 모래구덩이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아드리안. 미아는 아드리안의 죽음이 단순 사고사가 아님을 확신한다. 사고사가 아니라면 살인일 테고, 사람이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노 휴먼스 랜드에 누군가 숨쉬고 있다는 뜻일 테다. 노 휴먼스 랜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정체는 무엇이고, 이들은 과연 아드리안을 죽인 범인일까?
-영상화 가능성: ★★★
1. 아포칼립스 설정의 합리성
2070년의 가까운 미래를 상정하여 2023년 현재에도 존재하는 디아스포라, 기후 문제를 다룬다. 황폐화된 용산 공원, 끊어진 한강대교 등 황량한 서울의 모습을 서늘하고 이질적으로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SF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닥친 기후 문제를 지속적으로 환기하기 때문에 허무맹랑하기만 한 설정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2. 다채로운 공간적 배경 연출 가능성
<노 휴먼스 랜드>는 총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서울을 배경으로 한 노 휴먼스 랜드 조사단 5인방의 여정, 2부는 아드리안과 크리스를 잡아간 거대한 새를 쫓아 연구소로 들어간 미아의 스릴 넘치는 모험, 3부는 비로소 공개되는 연구소 바닥 아래의 수용소와 수감자들이 바깥세상으로 탈출하는 블록버스터로 점차 긴장감이 고조되며 전개된다. 서울-연구소-수용소로 이어지는 장소의 전환을 통해 지루하지 않게 새로운 배경을 연출할 수 있다.
3. 김정 작가가 탄생시킨 새로운 세계관
아드리안과 크리스를 잡아간 구름새가 알고 보니 새처럼 제작된 드론이었다는 반전, UNCDE에 반항하는 플래그리스 세력, 자아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신비로운 꽃 플론(plone)과 같이 어디서도 보지 못한 SF 세계관이 신선하다.
4. 현실적인 한계점
1부에서 미아가 탄 오리배에 구름새 수십마리가 주위에 몰려들어 인정사정없이 오리배를 들이 받는 장면, 2부에서 미아가 드론을 훔쳐타고 연구소에서 탈출하는 장면은 대규모 블록버스터로 제작되지 않고 어설프게 제작된다면,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을 것이라는 한계점이 있다.
-가상캐스팅
1. 미아(주인공)
영화 <벌새>, 드라마 <작은아씨들>에서 괄목할 만한 연기를 보여준 박지후 배우. 2003년생으로 현재 만 19세다. 영어덜트 소설의 주인공을 맡기에도 적합한 나이이고, <작은아씨들>에서 스릴러 장르의 긴박함을 호소력있게 연기했으므로 연구소의 비밀이 드러나며 긴박하게 전개되는 <노 휴먼스 랜드>의 주인공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2. 파커
노휴먼스랜드 조사단장인 파커. 조사단의 실질적인 리더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우왕좌왕하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빈틈있는 캐릭터 특성이 이야기 전개에서 웃음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코믹 연기의 대가인 차태현 배우를 선택했다.
3. 한나
주인공 미아의 옆에서 협력하는 조력자 캐릭터. 드라마 <스위트홈>에서 보여준 호소력있는 연기가 아포칼립스 장르의 재난 영화에 부합하다고 판단해 선정했다.
4. 크리스
이사벨 위원장의 아들이라는 반전의 비밀을 가진 크리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활약한 로몬 배우.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좀비떼에 맞서는 이수혁 역할을 연기한 바 있다. <노 휴먼스 랜드>의 설정상 본래 노휴먼스랜드 조사단 구성원은 다국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실제로 혼혈이어서 이국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로몬 배우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5. 아드리안
<노 휴먼스 랜드>의 초반부에 구름새에게 잡혀가며 극중 위기감을 조성하는 아드리안.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약한 영웅>에서 활약한 최현욱 배우를 선정했다.
6. 유별
최근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악귀>에서 감초 역할을 해준 박소이 아역 배우. <노 휴먼스 랜드> 후반부에 갈수록 수용소의 비밀을 밝혀내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7. 미아의 할머니
<신과 함께>, <부산행>으로 알려진 예수정 배우.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작물을 개발하는 바이오 스타트업의 창립자인 미아의 할머니는 도전적이고 억척스러운 성격이다. 과거 회상신에만 등장하게 될 테지만, 미아가 노 휴먼스 랜드에 관심을 갖고 발을 딛게 한 장본인이나 마찬가지기에 예수정 배우의 신비롭고도 강렬한 눈빛 연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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