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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향 Oct 05. 2023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휴일 마지막 곤충박람회 다녀오다

6일 긴 연휴라 생각했는데

오늘이 마지막휴일.

순식간에 지나갔다.

하늘도 맑고 화창한 가을이다.


남편은 곤충박물관을 가자고 했다.

아이 데리고 갈만한 곳을 검색하고

찾는 것은 주로 남편이다.

어디든 데리고 나가서 놀아주려는 남편이

늘 고맙다.


쌍둥이 아침 먹이고 양치는 시켰고.

옷 입히는 것이 관건이다.

옷 입자 하면 도망 다니는 쌍둥이.

현관문 앞까지 2호를 데리고 와서

옷 입고 신발 신자고 말했다.

그래야 나가는 줄 알고 얌전하게

앉아 옷을 입는다.

2호는 기저귀. 옷, 양말, 신발 신는 것까지

자기 스스로 해야 한다.

가끔씩 두 다리를 한쪽에 넣어 짜증 부리지만

제법 혼자서 잘한다.

밖에서도 2호는 손을 잡지 않고 혼자

다니려한다.

쌍둥이지만 서로 다른 인격체로 기질이 다르다.



카시트를 거부하는 2호.

차를 겨우 태웠다.

창문을 열였다가 바람이 차서

창문을 닫아 줬다.

닫았다 했더니 다닸따라고 둘이서

따라 한다.

언제 말을 하나 싶었는데.

요즘 들어 뭐라 뭐라 이상한 말을 하더니만.

이제 말을 하려나보다.


아이들 자연스럽게 발달하는 과정이

신기할 따름이다.


곤충박물관에 아이들이 만져볼 줄 알고

가자고 했던 남편의 예상과는 달리

아이들은 움직이는 곤충을 무서워했다.


안아달라고 손을 뻗쳤다.

1호는 10킬로. 2호는 11킬로

이제는 안고 다니기 버거워졌다.

안고 다니는데 팔도 아프고 체험이 

지쳐갔다.


체험을 다니면서 아이들의 기질과

특성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처음엔 멋모르고 장수풍뎅이를

만져봤다.

남편이 손으로 잡아 아이 앞으로 주니

도망가는 쌍둥이.


어른 2인 18천 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경험이 소중하니깐 그걸로 된 거지 뭐.

24개월 미만은 무료니깐 잘 보고 왔다.


아이들 체험을 통해 어른들도 많은 정보를

얻는다.

다양한 종류의 뱀이 있었다니 신기하게

바라봤다.

직원이 뱀을 꺼내 만지고 손 위에 올려두는

체험도 시켜줬다.

1호는 잠깐 작은 손으로 만져봤다.

만져보는데 가죽 같은 느낌이다.

뱀 종류에 따라 거친 느낌도 있고 매끈한 뱀도 있었다.


거북이도 꺼내서 체험할 수 있도록 풀어 놓아줬다.

느릿느릿 걸어가는 거북이 등이 어떤느낌일지 만져봤는데 딱딱했다.

아이들은 움직이는 거북이를 보고 무서워서

내 목덜미를 잽싸게 잡아 안는다.

오래 구경은 못하고 나왔다.

좀 더 커야 제대로 체험을 즐길 수 있겠구나.


백화점 앞에 호수공원으로 향했다.

아이들과 외출하면

쌍둥이예요?라는 질문을 몇 차례 받는다.


쌍둥이는 내게 선물이고

쌍둥이를 육아하는 것은 축복이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쌍둥이 키우면서 지나치지 않고

이야기를 건네는 할머니.

구르마를 끌고 마트 가는 길이신 것

같았다. 

쌍둥이 키우고 계신다면서

귀엽다고 '깨물어 버릴까 보다'

하신 말씀이 정겹다.

내 귓가에 그 말이 맴돈다.


호두과자 사러 들어갔다가 만난 사장님.

남매쌍둥이 키우신다면서

둘이서만 놀아서  학교 반을 따로 보냈다고

하신다.

엄마가 귀찮기는 하지만 반을 따로 해서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겠구나.

쌍둥이 육아 선배님을 만나면 육아팁을

들을 수 있어 반갑다.



놀기 좋아하는 사춘기 큰아이는 얼마만인지 집에 있겠다고 한다.

찜닭 먹고 싶다는 딸.

밖에서 자주 먹는 아이 위해

쌍둥이 낮잠 자는 틈에 다시 옷을 주섬 입고 마트로 향했다.

다섯식구 먹기 위해 큰 닭을 구입했다.

오래간만에 요리 솜씨 발휘.

귤로 탕후루 만들겠다고 하더니

젤리까지 먹고 잠든 아이.

치아가 걱정되지만 어쩌겠나 깨운다고

비몽사몽으로 양치할 수도 없고. 




저녁에는 가 나 다 라 마 ~~~

큰아이가 단어를 알려주길래 아직 이르다고 말한 순간 한글자씩 따라 하는 2호.


동화책 읽어주는데 뱀과 거북이가 나왔다.

우리 낮에 뱀도 보고 거북이도 봤지?

반응은 없었지만,

아이들 기억 속에 남아있을 거라 믿는다.


요즘 1호가 밤에 깊은 잠을 못 자고 깬다.

꼼짝없이 잠들 때까지 함께 있는다.

수면교육 했던 것이 물 건너간 걸까.

첫째는 잠은 예민한 편이라 아기 때부터

잠투정이 심한 편이다.

2호는 한번 잠들면 아침까지 깨지 않고

잔다.

2호라도 잠을 잘 자서 다행이다.



하루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11시 반이다.

아이들 재우다 잠들다가 눈이 번쩍 깼다.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 피곤하지만

깰까 봐 살그머니 문을 닫고 나왔다.


엄마는 육아와 살림해야 할 일이 많다.

저녁 먹은 그릇 정리.

아이들 흐트러놓은 책을 꽃아 두고.


큰아이는 낮잠을 자더니 안 자고 있다.

밤중에 퍼프를 빨고 방정리를 한다나.

낮에 할 것이지 밤중에 하는 건지.


독서를 매일 몇 장씩이라도 읽고 

싶었다.

습관은 함께해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아시시님 15분 독서와

100일 끈기독서프로젝트를 신청했다.

책을 읽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좋다.

다시 책을 읽으니깐 마음이 풍성해진 느낌이다.


쌍둥이를 12년 만에 육아를 하면서

행복이 이런 거구나를 느끼고 있다.

사실 육아는 고단하지만,

엄마는 아이를 위해

사랑과 정성을 선택한다.


아이들 깔깔대는 웃음소리,

엉덩이 실룩거리며 춤추고 재롱부리는 모습에

고단함도 잠시 잊게 해 준다.

아이를 한 인격체로 키운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엄마는 위대한 존재이기에

모든 어머님을 존경한다.


재혼하지 않았다면 이런 행복을 알지 못했을 텐데.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지혜로운 엄마로 살아가기 위해

깨어있으면서.

엄마가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하며

살아야겠다.

엄마로 살게 해 줘서 고맙고 사랑해.

2023년 10월  03일 멋진 가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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