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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향 Aug 10. 2023

소송이혼 중 직장 구하기

세상 밖으로 나오다

2020년 써둔 초고를 브런치에 꺼내 놓다.


이혼 진술서를 쓰기 시작했다.

쓰라린 과거의 사건과 마주하는 시간.

생생하게 남아있는 내 머릿속에 기억들.

지우개처럼 싹싹 지워버리고 싶지만

속 깊숙이 기억하고 있었다.


끔찍했던 기억과 마주하며 밤마다 눈물을 흘려야 했던 날들.

내 삶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밤마다 울면서 진술서를 쓰다 보니 후회와 분노가 올라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결혼도 이혼도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쓰라린 고통도 내가 감수하고 인내해야 했다.

지금 이 순간도 흘러가겠지.





      

쉼터에서 인연이 된 동생과 연락이 닿았다.

'요즘 직장 때문에 고민이다.'

'너는 잘 지내고 있어?'

'아이가 말을 안 들어 힘들어요.'

'남편은 다른 여자랑 잘 살고 있는데

왜  저만 고생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혼한 동생은 전 남편에 대한 분노가 차올라

불만이 쌓여있는 것처럼 보였다.

'언니 텔레마케터 일해보는 것은 어때요?'

'텔레마케터?'

'한번 나도 알아볼게'


일자리 구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

현실적으로 아이를 혼자 키운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가사도우미 알바로 돈 버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이가 6살 주말은 어린이집 가지 않아

무조건 쉬는 곳이어야 했다.


텔레마케터인 줄 알고 갔던 곳은 보험회사였다.

1시간 반이 걸려 왔는데 실망스러웠다.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면접이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가족들과 연락도 안 하고 지내는데.

지금 상황으로 영업은 어렵겠구나.

마음을 접은 상태였는데.

지인영업 없이 DB영업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에 솔깃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궁금한 것을 꼬치꼬치 물어봤다.


‘DB 영업을 한다고 하셨는데,

DB영업을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월초에 DB를 한 달에 한번 배정을 해주고 있어요.'

'홈쇼핑 보고 가입한 고객은 담당자가 없는 고객이에요.'

'고객에게 연락을 해서  담당자로 배정이 되어

방문하고 사은품을 전달하는 거예요.'

'기존 보험 가입 한 것도 점검해 주고요


입사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제가 보험영업인줄 모르고 왔던 거라서요.

일주일 시간 주실 수 있으실까요?

내 그럼 연락 주세요.







남한테 말도 못 하고 소심한 성격인데 영업을 어떻게 하지?

그때만 해도 영업은 도저히 내 성격상 맞지 않는 일이라 생각했다.


밤에 아이를 재우고 누웠는데

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에 사로잡혀 잠 못 드는 밤이다.

생각을 계속했더니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그래, 네가 지금 가릴 게 뭐가 있어.

내가 해보지 않은 일이지만  일단 해보지 뭐.

해보고 안되면 그만두면 되잖아.

뭐든지 처음은 두려운 게 마련이니깐.

통장잔고에 바닥이 보이기에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보험설계사 시험에 합격 후 본격적으로 영업 시작.

두 달 정도 공백이 생긴 것은 동사무소에서 긴급지원을 받을 수 있어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교회에서 나의 상황을 아시고 교회에서 어린이집 비용을 후원해 주셨다.

하나님께서는 굶어 죽게 하지는 않으시는구나.

어떻게든 살아갈 길을 마련해 주는가 싶어 감사하다.

힘들 때 내가 도움 받았던 것처럼 베풀고 나누며 살아가고 싶은 순간이다.


송장을 보냈는데 계속 피하고 있는 건지

직장을 옮겨서 받지 못한 건지

송달이 안되고 있고.

아이가 열감기로 어린이집에 가진 않은 날

형님이 찾아왔다고 한다.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건지

그 이후 남편이 찾아올까 봐 골목길 으슥한 곳에서

멀리서 보이는 남자 모습만 보면 깜짝놀랐다.

매일 퇴근길 아이와 걸음을 재촉했다.

남편이 찾아다녀 노출되어 결국 주거지원은 다른 곳으로 사를 해야 한다. 몇 번째 인지 거처가 불안정해 아이에게 미안했다.


이혼하는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합의이혼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인데

이혼소송은 치열하다.

무료법률구조공단에서 이혼소송을 진행하면서

비용이 들지 않았고

소송 진행할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다.


우물 안개구리로 살았는데 뚜벅이로 영업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밖으로 나온 기분이다.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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