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남편과 연락을 끊고 3년이 지난겨울.
갑작스러운 카톡에 당황스러웠다.
'예뻐졌다.'
'잘 내는 모습이 보기 좋다'
'네가 잘 지내는 것을 응원한다
직장에서 찍은 사진 중에 얼굴을 캡처해서 보냈다.
사진을 본 순간 섬뜩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어떻게 알았고 사진은 어떻게 찾은 거지.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아이 학교 가는데 아빠가 옷 한 벌 사주고 싶다는 말에 마음이 약해졌다.
아빠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순수하게 받아들였다.
집을 나오고 첫 만남이라 두렵고 긴장이 되었다.
왜 두려운 거지?
두려울게 뭐 있어.
이제 서로 남남인데.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거야?
아이와 잠잠하게 살고 있었는데
카톡이 온 뒤로 끔찍한 과거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집과 떨어진 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긴장이 된다.
멀리서 보이는 남자의 모습.
아이는 삐죽거리고 가까이 가지 못했다.
어색한 순간.
아이 양육비는 1년 주다 끊기고 위자료도 챙겨주지 않았는데
신차를 바꾼 것이 보였다.
야속했다.
위자료를 줬다면 원룸이라도 구해 편하게 살 텐데.
아쉬움이 남지만 부딪치기 싫어 포기했다.
'엄마랑 아빠랑 손잡아'
'집에서 같이 살아'
아이의 말에 당황스러웠다.
아이는 엄마 아빠가 잠깐 떨어졌다 만나는 줄 알았을까.
어려서 이혼에 대해 따로 언급하진 않은 상태였다.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랑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 보인다.
아이에겐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은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남편은 보험회사 직원들에게 카톡과
메일로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친분이 없는 다른 부서에도 보냈다.
집 나와서 쉼터 들어간 것까지 이야기하는데
어이가 없다.
창피해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그때 마침 보험사에서 이직을 고민하는 시점이었다.
보험사 일하는 교회 집사님을 무작정 찾아갔다.
'저 보험회사 고민이 돼서요.'
당장 와서 일해보자는 말에
GA대리점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전 보험사를 하는 곳이었다.
쪽팔렸던 상황이었는데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게 되어 오히려 잘되었다.
집과 직장이 가까워져서 다행이다.
아이를 일찍 만날 수 있어 반가운 일이다.
싱글맘이 되고 돈이 없어 불안정하지만 마음은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데 불안감이 다시 올라왔다.
아이를 만나고 온 후로 문자가 수없이 왔다.
카톡을 차단해도 다른 계정으로 계속 들어온다.
'이젠 내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
'네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 두고 봐.'
'살인이 왜 일어날까.'
'아이만 보여주면 되는데 일을 크게 만들려고 하니?'
' 너 죽는다.'
' 그것만 알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
'죽여버릴 거야'
손이 후들거리고 떨렸다.
집은 모르지만 찾아오는 거 아닌가.
무서웠다.
이 상황에서 아이를 보여줄 엄마가 어디 있을까.
피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아빠의 역할을 충실히 원했던 걸로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집 나간 것이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데
누구의 잘못을 따진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을까.
서로 맞지 않은 인연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으니깐.
면접교섭권은 자녀 정서안정과 복리와
비 양육자의 권리를 주장한다.
아빠의 역할만 한다면 당연히 아이를
보내줄 의향은 있다.
면접교섭권으로 재판 진행 중이었다.
'협박으로 무서워서 만나기도 두려워서요.'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나요?'
'엄마한테 협박하는 것은 상관이 없습니다.'
'아이에게 학대를 하고나 상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면접교섭을 막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혼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이혼 후 자녀가 있으면 면접교섭권은 피해 갈 수
없는 일이다.
만나는 일은 끔찍해
어디라도 도망치고 싶지만
갈 곳이 없다.
각자의 삶을 충실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그 남자는 이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사랑도 아니고 집착이지 않을까.
이혼 후 서로를 진심으로 잘 살기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었으면.
이게 진정한 관계가 아닐까.
아이를 위한 것이 무엇일까.
지혜를 구하며 기도한다.
엄마는 너를 위해 무엇이든 할 거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