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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향 Aug 09. 2023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싱글맘의 자립

살아갈 방법은 있게 마련이다

2020년에 써둔 초고 브런치에 꺼내 놓다

싱글맘 홀로서기


싱글맘이 되고 경제적 자립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다.

직장이 있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전업주부 경력단절 여성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쉼터에 있을 때 경제적 자립할 용기가 나지 않아

다시 집에 돌아가는 경우도 봤다.


시간이 다가오니 마음이 복잡하다.

9개월을 쉼터의 도움을 받았지만

홀로서기 준비를 해야 하기에.

집 보증금 마련할 돈도 없고 걱정이 앞선다.

무슨 일을 하면서 아이랑 먹고살아야 하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만 하고 걱정한다고 해결할 문제가 아닌데

불안감이 올라오는 것은 어쩔수 없나보다.

일단 부딪쳐 보고 뭐든 해보면 되겠지.

아이랑 먹고 살아가야 하니 정신 차려!

살아갈 방법이 없겠어.


당장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돈을 버는 일이 시급했다.





쉼터 선생님이 부르셨다.

'주거지를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고, 장기쉼터로 가는 방법이 있어요.'

'주거지원은 얼마가 있어야 하나요?'

'여성이 자립할 수 있도록 보증금 50만 원 비용으로 집을 제공해주고 있어요'

'50만 원이요? 비용이 무지 저렴한데요.'

보증금이 50만 원이라니.

50만 원 보증금이 세상에 어디 있어.

나에겐 한줄기 희망이였다.

집 구할 돈이 없는데 다른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아이와 살 곳이 결정이 되었다는 안도감에 걱정 한시름 놓았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친정과 연락도 안 하고 지냈고 혼자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선생님 주거지원 가려고 해요.'

'그래요. 그럼 그렇게 알고 있을게요.'

'대신에 보증금은 마련해야 해요.'


당장 어떤 일을 해서 돈을 마련해야 하지?

무더운 여름 아이 어린이집을 보내고 지하철 역 근처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파출부 간판이 눈에 띄었다.

청소해 본 적도 없는데 아이와 살아야하는

간절함이 있었던걸까.

뭐라도 해야지 싶어 무작정 건물을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문이 닫혀 있었다.

 똑똑똑 두드렸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

”저 가사도우미 일을 하려고 하는데 자리가 있을까요?

젊은 여자가 힘은 쓸 수 있을까 라는 염려가 느껴지는 느낌이랄까.

'일 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네 일할 수 있습니다.'

'시간당 얼마예요?'

'1시간당 1만 원이에요.'


고민할 것 없이 바로 서류를 작성했다..

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마음밖에 없었다.



청소를 하러 가는 날이다.

옷을 편한 복장으로 고객 집을 찾아갔다.

고객의 집을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깜짝 놀랐다.

이런 집이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

거실과 방에 옷가지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폭탄 맞은 집이었다.


“이 옷가지들 옷장에 정리해 주시고, 집 전체 청소까지 해주시면 되세요.”

이 많은 옷을 어떻게 정리를 하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주어진 시간이 3시간이니깐 서둘러야 했다.

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옷을 계절별로 나누기 시작했다.

나눈 것을 옷장별로 나눠서 옷걸이에 하나씩 걸으며 쌓여있는 산더미 옷이 사라지는 게 기분 좋았다.

옷정리만 2시간이 걸렸나 보다.


40평대 아파트 방들을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했다.

화장실 청소는 락스를 풀어 벽을 있는 힘껏 닦았다.

땀은 주르륵 흘러 눈으로 들어가 팔꿈치를 올린 겉옷에 닦아가며.

사실 청소를  싫어하는 사람이라 청소가 고된 일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화장실, 주방까지 마무리가 되어간다.

식탁 위에 잠시 앉아 물 한 컵을 들이키며 숨을 돌리고

집안이 깔끔해진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3시간이 순식간이다.

그때 마침 고객이 들어왔다.

'수고하셨어요.'

'오늘 비용이에요.'

'네 감사합니다.'



아파트 단지를 나와 걸어가는데 다리에 힘이 풀려

걷기 불편했다.

청소도 요령이 필요하다.

온 힘을 다해 청소했더니 안 쓰는 근육을 사용해서 그런지

다음날 몸이 여기저기 쑤셨다.


청소를 하러 다닐수록 힘을 들이지 않고 청소하는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루 일당 3만 원을 차곡차곡 모았다.

몸은 피곤하지만 건강했기에 직접 몸으로 뛰어 돈을 번다는 것이 기쁜 일이다.



'예향씨 대단해요.'

'청소하기 쉽지 않은데 잘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은 청소일 잘 안 하려고 하는데 말이에요.'

내 마음을 알아주시니 더욱 열심히 청소를 다닐 수 있었다.


싱글맘으로 살아가며

친구, 가족들과 연락도 끊겼다.

연고지도 없는 지역에 와서 아이와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만 생각했다.


엄마는 강하다고 했던가.

아이가 옆에 있어 어떻게든 살아갈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가장이 무너지면 안 되기에

경제적 자립과 육아만 집중했다.

내 마음을 돌볼 여유는 없었다.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줄 알고

수고한 내 마음을 위로하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였다는 것을 이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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