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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기 Jun 04. 2024

어른이 되는 시간, 크랙

삶에 시련이 왔다면

#크랙 #조미자 #조미자작가님



캄캄한 어둠 속,

아이의 발밑으로 크랙이 쩍쩍 갈라지며 다가온다.

아이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마치 크랙의 진동을 온몸으로 느낀 듯이.

그런데 무시무시한 상황과는 반대로

아이는 별빛을 잔뜩 머금은 듯,

찬란히 빛나고 있다.


강렬한 표지 이미지와 제목을 가진 그림책은

바로,

조미자 선생님의 <어른이 되는 시간, 크랙>이다.  


아이는 버스를 타고 그랜드 캐니언으로 여행을 온듯하다.



하지만 버스에 탄 사람들을 뒤로 한채

아이는 홀로 다른 길을 선택한다.

타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한 비탈길을

위태롭게 미끄러져 내려간다.


비록 자신의 선택이었지만

상상 이상의 시련과 균열을 겪으며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이렇게 많은 시련과 균열이 펼쳐질 것을 예상했을까?



이렇게 발걸음을 떼면서 아이는 색을 잃는다.

하지만 그 모습이 슬프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색이든지 흡수할 준비가 된,

진정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은 것만 같다.

아이의 걸음, 걸음은

아이가 자신에게 이르기 위해 내디딘 걸음이 아닐까?


아이는 그 어려운 시간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견뎌낸 듯 느껴진다.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 시점으로

책이 쓰여진 걸 보면 말이다.



조미자 선생님은

그랜드캐니언과 나무껍질의

균열에서 영감을 받으셨다고 한다.

땅이 갈라지고 솟아올라 만들어진

그랜드캐니언의 수많은 크랙 속에서

새로운 자연이 생성되고 길이 만들어진다.

나무껍질의 갈라지고 벌어진 크랙 속에서도

생명은 자라난다.


그래서 크랙을

대자연이 균열하며 발생되는

생기 넘치는 에너지와 닮았다고 생각하신 게 아닐까?



조미자선생님은 이들의 모습 속에서

아이의 마음속 성장 에너지를 떠올리셨다고 한다.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거칠고 굵은 선으로 감정을 표현해 내셨다.

선들은 마치 절벽에 불어닥치는 바람처럼 느껴지기도,

나를 향해 울부짖는 고함처럼 느껴지기도,

아이의 내면 속 울음소리처럼 절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는 툭 떨어진 곳에서 고슴도치를 만난다.

고슴도치는 그냥 말없이 아이의 곁에 존재한다.

가끔 보이지 않고,

어쩔 땐 너무 가까워 가시에 찔릴 것 같기도 하고,

구체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지만

그냥 같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존재.

아이의 내면 속 무의식이거나

아니면 주변의 누군가일 수도...

작은 균열의 사이사이에서 생겨나는

대자연의 생명처럼

나도

아픔의 시간과 상처를 오롯이 받아들여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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