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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아 Jun 20. 2024

설산과 꽃산

상담일지

"솔님, 앞으로는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솔님이 원하는 만큼 도와주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네요. 꼭이요."


선생님은 상담을 마치면서 다정하게 눈을 맞추며 적절히 따듯해진 온도로 말을 해주셨다.


'그런데, 선생님 왜 우세요? 울지 마세요.'


나는 선생님이 고인 물을 떨어뜨리지 않길 바랐다.


"고도가 높은 설산을 오르고 계시네요. 솔님. 설산엔 무엇이 있나요?" 나의 이야기를 다 들은 뒤 선생님께선 물었다.


"글쎄요. 선생님. (잠시 침묵) 그러게요. 뭐가 있을까요?"라고 답변을 한 뒤 나는 찰나의 상념에 빠졌다.


선생님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고도가 높고 눈 덮인 산으로 표현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위해 나는 애쓰고 있는 중이다. 그 표현이 썩 멋있었다.


"설산을 오르는 솔님의 모습이 온몸에 힘을 꽉 주고 애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설산은 많이 추울 텐데,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네요. 이유가 있요? 힘들진 않으세요?"


"솔님 근데 꽃산도 있어요. 꽃산은요. 솔님이 오르는 설산보단 고도가 조금 낮고요. 꽃도 피어있어서 사람들은 가끔 거기서 꽃놀이도 하고 편히 쉬기도 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꽃산에 있죠.  이것은 선택의 문제요. 꽃산은 떠세?"


 감정이 요동치고 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선생님 앞이 차갑기도 하얀 눈이 쌓인 것 처럼 보이는 미지의 설산을 오르고 있지만 제가 지나온 길은 따뜻한 봄이 되었더라구요. 제가 뒤를 돌면 그곳엔 꽃이 알록달록 많이 피어있어요.

그리고 설산의 끝에 뭐가 있을까 했는데, 왠지 그곳에도 한 아이가 서있을 것만 같네요. 포기해도 괜찮겠지만 오늘까진 올라보고 싶을 때까지는 산을 올라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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