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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좋은 이유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내 브런치의 글 중에 부부 중 한 사람이 먼저 떠나야 한다면 내가 먼저 죽기를 원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꽤 많은 사람이 'like it'을 했다.


 난 남편이 좋은데 이유가 뭘까?라고 스스로 생각해 보다가 떠오르는 대로  써봤다.



첫 번째, 외형적로는 아쉽지만 유머가 살아있는 남자다.


우리 남편은 170cm가 안 되는 키에 지난 글에도 언급했듯이 DJ DOC의 이하늘 또는 중국 성룡을 닮은 얼굴이다.


이렇게만 들어도 사실 호남형은 아니다. 물론 나도 미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래도 이성에게 인기는 좀 있었다.


내 손으로 이런 말을 쓰려다 보니 너무 웃기지만 사실이다.


그런 내가 우리 남편을 만났던 곳은 [통합캠프]였다.



통합캠프는 유, 초, 중, 고 특수교사들이 함께 모여 학급의 아이들과 함께 종일 체험활동을 하는  행사다.


남편이 그때 날 보고 '이 여자랑 대화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단다.  


그 당시 남편의 말을  그대로 적으면 이렇다.


'멀리서 널 바라봤는데, 여대생처럼 생긴 여자애가 깡충거리면서 사진을 찍는데 너무 귀엽고 예쁘더라'


조금 오글거리긴 하는데  남편은 내가 상큼했고, 또 깡충거리는 [토끼] 같은 이미지였기에 눈에 뜨였다고 했다.



표현도  상큼했지만 평소에도 유머가 있는 사람이라 지금도 대화하는 것이 유쾌하다.


처음 데이트 제안을 했을 때, '둘이 밥 한 번  먹자'란 말에  나는 '이성적인 감정이 있다면 거절'하겠다고 냉정하게 했다.



그런 말에 남편은 '도끼병 있어요?'라고 유쾌하게 말하면서 그저 시골에서 젊은 선생님들끼리 밥이나 먹자며 당차게 건넨 말이 부부의 연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만나도 어색함보다는 장난스러운 얼굴만큼 대화도 잘 이끌어주어 계속 웃음이 났던 것 같다.


또 다른 에피소드로는 첫 데이트에서 손수건을 준비해 오라는 말에

'뭐야? 웬 손수건?'하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유명해진)어느 맛집에서


  '와, 이거 너무 맛있어요. 진짜!'라고 했더니


'봐요! 눈물 닦아요.! 손수건 필요한 거 맞죠?'라고 했던 우리 남편.  


우리 둘은 그렇게 함께 밥 먹는 시간이 늘어났고 그 후로 나는 남편과 자주 만나며 가랑비에 옷 젖듯 내 마음도 남편이 가진 매력에 흠뻑 젖었다.


둘째,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취미가 많다.


연애할 때 남편의 차를 타면 항상 팝페라(?) 같은 음악을 CD로  들었다.  


 나도 모르게 남편의 차를 타면 새로운 곡이 낯설지 않고 유심히 감상하게 됐다.


지금은 노래의 제목도 생각나지 않지만 어쩌면 음악적 코드가 잘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팝뿐만 아니라 김광석처럼 우리 시대는 아니지만 잔잔한 발라드 감성의 곡을 함께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졌고 우리는 연극과 뮤지컬, 콘서트를 함께하며 많은 추억을 함께 나누었다.


또 활동적인 나와 맛집을 찾아다니기를 좋아했고 우리는 복날이면 1순위, 2순위, 3순위까지 우선순위를 두고 데이트를 했다.


셋째, 수용적이이해심이 많은 사람이다.(시어머니의 훌륭한 모범  아래)


우리 시아버님은 경상도 분이고 어머니는 수원에서 공무원으로 퇴직하신 분이다.


두 분의 성향은 정말 다른데 시어머님은 정말  최고의 인성을 가진 분이다.


결혼 후 첫 해, 명절 제사음식을 준비했다.

 나는 성질머리가 못 되어서 남편이 요리를 적극 도와줬지만  난 기름기 많고 반이상은 냉동ㅂ관 되는 제사음식을 만드는 시간과 노력이 낭비라고 생각됐다.


특히나 형님의 조카들이 아침 일찍 와서 내가 한 전을 모두 먹어버리고 난 하나도 제대로 못 먹었을 때 어찌나 속상하던지.. 별 것도 아닌 것에 속상해하는 나 자신이 싫었다.


게다가 형님은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상황에 홀어머니인데도 호텔에서  여행하고 돌아오시고 나와 남편, 시어머니와 함께 요리한 걸 아침상으로 먹는 걸 보니 참 기분이 묘했다. 어쩌면 기분 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내가 힘들어하고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챈 남편과 형님은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께 '제사는 의미 없다. 살아있을 때 식구들이 같이 밥 간단하게 먹자'라고 하셔서 제사는 결혼 후 이 년 만에 없어졌다.


또 내가 시댁에 갈 때마다 설거지는 남편에게 시키시며, 며느리는 일하고 힘드니까 쉬라면서 최대한 나를 배려해 주셨다.


우리 남편도 그런 훌륭한 인성의 어머님을 둔 덕에 집에서도 늘 먼저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저녁 요리를 해 준다.


그래서 나는 결혼하고 독박살림은 해본 적이 없다. 


넷째,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사랑해 준다.


나는  6대주 세계여행을 할 만큼 활발하고 모험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연애할 때도 새로운 것을 좋아했고 연인들의 흔한 데이트 코스인 밥 먹기, 영화 보기, 카페 가는 데이트로는 만족하지 못했었다.


그런 나를 잘 이해해 준 우리 남편은 연애할 때 내가 혼자 영화를 보거나 혼자 여행을 가더라도 늘 나를 응원했다.


 내가 몇 달 동안 해외여행을 하고 난 뒤면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 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해 주고 맛있는 밥을 사주며 즐거웠냐고 이야기해 주던 우리 남편.


그런 남편이었기에 우리는 함께 여행을 하면서도 정말 즐거웠다.


남편은 덜렁거리는 사람이지만 세상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내가 필요한 걸 알아주는 사람이다.


이렇게 훌륭한 네 가지 이유가 있는데 내가 어떻게 남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육아하고 우울증이 심했을 때도 우리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주말마다 나가기도 하고 늘 육아시간을 달고 일찍 퇴근해서 나와 함께 있어줬다.


우리도 그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난 남편의 사랑과 인내를 보면서 나보다 훌륭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얼마 전 생일에 남편에게 물었다.


'자기는 뭐 가지고 싶은 거 없어?'


'없는데?'


'왜 가지고 싶은 게 없어?'


'글쎄, 난 지금 내가 가지고 싶은 건 다 가지고 있는데'


'그럼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이나 부자들 부럽지 않겠네?'


'걔네들이 뭐가 부러워? 내가 훨씬 행복하게 사는데.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지.'


'자긴 행복해?'


'응, 우리도 그리고 가족들도 건강하고 먹고살 만큼 돈도 가지고 있으니 나 이젠 더 바라는 게 없어. 충분해..'



그래. 맞아..

충분하지. 더 이상 뭐가 필요할까.

이렇게 마음만은 빌게이츠인 우리 부부,

앞으로도 지금처럼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어때요, 이 정도면 자랑할 만하죠?

사랑해..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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