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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서생 Jun 13. 2024

유시민과 ‘살리에리 증후군’

유시민 작가가 또 책을 냈다고 한다. 이번엔 주종목인 정치평론 분야다. 참 대단하다. 역사면 역사, 정치면 정치, 과학이면 과학, 여행이면 여행... 어떤 주제든 뚝딱 하면 책이 나오고, 내는 책마다 오래도록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킬 수 있는 그 재능이란. 그리고 때론 말 한마디나 문장 한 줄이 온 나라에 미치는 그 영향력이란.


유튜브 방송을 함께하며 그를 오랫동안 가까이 지켜본 조수진 변호사는 주저하지 않고 그를 '천재'라고 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순식간에 핵심을 파악하고 본질을 꿰뚫는다는 이유에서였던 것 같다.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래서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있지만, 그를 무시하는 사람은 없다.


검찰공화국의 부역자들이 그를 잡아넣지 못해 안달이 나있는 것도, 그의 이런 천재적 능력과 관계가 깊다. 자신들의 개구라가 번번이 탄로 나니까, 그의 입과 글이 얼마나 두렵겠는가. 고발사주 사건이나 그의 누나인 유시춘 ebs이사장 압색 등도 다 유시민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빌드업이었을 것이다. 이 흉포한 시대를, 용산인가 한남동인가에 있는 어느 또라이 부부를 보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건 불행이지만, 유작가와 같은 '천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그래도 책을 살지 말지는 고민 중이다. 그가 현 정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게 사야 할 이유다. 그러나 사지 않을 이유도 있다. 그의 책이 또 대박이 나면 그가 자칫 거만해질 수 있으니, 나만이라도 책을 사지 않음으로써 그의 거만끼를 조금이라도 제어해야 한다는, 엉뚱한 사명감을 나는 쬐끔 갖고 있다. 그의 팬으로서 그가 또다시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그를 보호해야 하지 않겠는가. ㅎㅎㅎ     


그를 보며 '살리에리 증후군' 증세를 겪는 사람도 더러 있을 것 같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와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음악가, 안토니오 살리에리(Antonio Salieri)를 말한다. 흔히 '살리에르'로 알고 있지만 '살리에리'맞는 표기다. '살리에리 증후군'이란 일인자를 질투하고 시기하는 심리를 가리키는 용어다. 살리에리는 자신의 재능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불세출의 천재였던 모차르트를 도저히 좇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 인물이다.


진중권의 또라이짓이 유 작가에 대한 살리에리 증후군 탓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도 살리에리 증후군 증세가 없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나는 예나 지금이나 꿋꿋하게 유 작가의 팬이다. 어느 날 갑자기 돌변해서 오랜 동지의 등에 칼을 꽂은 진중권 따위와는 다르다.


안토니오 살리에리(왼쪽, 1750~1825)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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