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6월 22일) 제 외동아들이 결혼했습니다. 직접 찾아와서 따뜻한 축하의 말씀을 들려주신 분들, 멀리서 고마운 뜻을 전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여러 사정상 사전에 널리 알리지는 못했습니다. 혹시 이 뒤늦은 결혼소식에 놀라거나 섭섭하셨을 분들께는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주례 없는 결혼식에서 저는 짧은 '덕담'을 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예절 바르고, 많은 사람에게 붙임성 있고, 몇 사람과는 친밀하게 지내고, 한 사람에게는 벗이 되어야 하고, 아무에게도 적이 되지 말아야 한다." 윈스턴 처칠의 이 말을 중심으로 삼아, 그 한 사람의 벗이란 알고 보니 바로 배우자라는 요지였습니다. 특별히 좋은 내용이었다고 말씀해 주신 분들도 계셨지만 잘 들리지 않아서 아쉬웠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30년 넘게 함께 살던 아들은 새로운 둥지를 향해 떠났지만, 당분간 아들의 빈 방을 보며 마음으로 녀석을 떠나보내는 기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내에게는 그 기간이 저보다 훨씬 더 길 듯합니다. 그래도 떠나보내는 마음이 하나도 무겁지 않습니다. 그 녀석은 누구보다 지혜로운 며느리와 함께 저보다 훨씬 더 잘 살 거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입니다.
덕담의 원고를 붙입니다. 실제로는 약간의 애드리브와 생략/추가/변형이 있었습니다.
덕담
안녕하십니까? 먼저, 바쁘신 가운데 참석해 주신 하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신부와 멋진 신랑, 그리고 존경하는 여러 하객 앞에서 덕담을 전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경험을 통해, 또는 책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많은 정보와 교훈을 얻게 됩니다. 그중에는 “이 사실을 학창 시절에, 사회 초년병 때, 아니면 신혼 시절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아쉽게 만드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때는 모르다가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야 당시의 어리석음을 뒤늦게 깨닫고 아쉬워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시가 있는데, 바로 그걸 깨우쳐주는 시입니다.
저에게도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고 아쉽게 만든 말들이 여럿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신부와 신랑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명언이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위기에 빠진 영국을 구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정치인 윈스턴 처칠의 말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예절 바르고, 많은 사람에게 붙임성 있게 지내고, 몇 사람과는 친밀하게 지내고, 한 사람에게는 벗이 되어야 하고, 아무에게도 적이 되지 말아야 한다.”
얼마 전 저는 이 말을 발견하고, 이 말을 젊은 시절에 알았더라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무릎을 쳤습니다. 저는 그동안 이 말과는 전혀 다르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몇 사람에게만 공손했고, 소수에게만 붙임성 있었고, 극소수에게만 친밀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벗이 한 사람도 있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렇게 까칠했던 저의 벗으로 오늘 이렇게 자리를 빛내주고 있는 제 오랜 친구들에게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요즘 저는 이 명언을 자세히 음미하며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습니다. 처칠은 “한 사람에게는 벗이 되어야 한다”라고 했는데, 그 ‘한 사람의 벗’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아내라는 것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아내 즉 배우자야말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해 왔고 또 함께 할, 최고의 벗이라는 사실이 더 실감 나게 느껴집니다. 지금 제가 알고 있는 이 깨달음을,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바라는 저의 소망과 함께 오늘의 주인공에게 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