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상설전을 봤다. 그중 가장 특이한 작품이 '당신의 밝은 미래'라는 작품이다. 저게 작품이라고? 무슨 미술 작품이 저래? 나처럼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지 않을까.
검색해보니 미래에 대한 실속 없는 허황된 기대를 비판하는 작품이라는 해설이 그나마 눈에 뛴다. 내 솔직한 심정으로 그 작품에 그 해설이랄까, 작품도 해설도 모두 실망스럽다.
문학이나 영화처럼 내가 그래도 즐겨 접하는 예술작품에서 내가 가장 우선하는 평가기준은 삶에 대한 (혹은 특정 대상이나 개념에 대한) 환기력이다. 나의 삶 그리고 나아가 내가 이해하는 인간의 삶을(혹은 특정 대상이나 개념을) 실감있게 환기시킴으로써, 삶의(특정 대상이나 개념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게 하는 작품을 나는 좋은 작품으로 친다. 미술 특히 현대미술에 문외한이지만 그래도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당신의 밝은 미래'라는 저 작품은 나에게 어떤것도 환기시키지 못한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다.
마르셀 뒤샹이 소변기를 '샘'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은 것은 1917년인가, 벌써 100년이 넘은 까마득한 옛날이다. 그때 그 작품은 미술의 개념을 새롭게 환기시킴으로써 세상을 뒤흔들었다. 중요한 건 대상 그 자체의 기능이나 물성적 특성이 아니었다.
나의 무지나 무감각을 탓해도 어쩔 수 없다. 개념이나 의미를 떠나 표현의 섬에서 고립된 미술은 적어도 내가 즐길 만한 미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