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오만 알고 있어~
테니스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일명 '테린이' 때 일이다. 사람에 따라 개인차가 있지만, 레슨을 받고 나서 '게임'에 투입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 밖에서 보면 '탁구공도 아니고, 왜 저 공을 못 치나' 싶지만, 막상 코트에 서면 주고받기도 쉽지가 않다. 그러다 1년 만에, 2년 만에 '게임'을 정식으로 하게 되면, 테니스가 얼마나 재밌는지 모른다. 설령 내가 복식 게임 4명 중에 '구멍'일지라도, 난 참 재밌는 게 바로 테니스!
소모임이나 여러 가지 루트로 자기가 가입할 수 있는 클럽을 찾게 되는데, 내 경우는 낯선 이들만 있는 클럽 가입이 어렵기만 했다. 지독한 낯가림! 그러던 어느 날, 친구 녀석이 테니스를 치고 있는 걸 알게 됐다.
"나 너네 클럽에 가입시켜 주면 안 돼?"
유일하게 떼를 쓸 수 있는 녀석!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피드백이 없었다. 체념할 때쯤, 연락이 왔다. 클럽 어르신들이 허락했다고. 오호라~ 드디어 나도 클럽이 생기는구나, 들떠서 갔다. 그런데 아뿔싸! 이 클럽은 모든 회원들의 구력이 상당했다. 80대 부부 어르신부터, 테니스병 출신 총무님, 선수 출신 누구, 선수 같은 누구.... 내 친구도 실력이 상당했다. 고로 내가 끼는 게임은 그들에게 재미가 없는 게임. 그러나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고 친절히 응대해 줬다.
"난 30대부터 테니스를 쳤어요!"
80대 어르신(아내)께서 남편의 게임을 지켜보며 말씀을 건네주셨다.
"저 사람 성격이 얼마나 못됐는지 몰라, 난 절대 남편과 팀 먹지 않아요!"
막간 남편 분 디스~
'그렇구나, 부부가 한 팀을 하면 큰 일 나는구나'
그리고 어르신은 하늘을 쳐다보시더니,
"미스 오~ 오늘 너무 아름다운 날이에요!"
따스한 봄날, 그날은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이었고, 하늘은 파랬다. 못 넣는 서브지만, 서브를 넣기 위해 공을 올렸을 때 눈에 담긴 하늘이 참 파아란 날!
"난요, 태어나서 테니스를 한 게 가장 잘한 일 같아요~"
80대 어르신의 고백 아닌 고백! 몇십 년 동안 테니스를 치고 있는 그녀의 담백한 외침!
테니스가 좋은 친구가 되어줬다는 고마움의 속삭임!
'아름답다'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
일상의 언어로 이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깜짝 프러포즈와도 같았다. 그리고 이 날의 말은 내 가슴에 콕 들어찼다.
그 후 몇 년,
아쉽게도 그 클럽은 해체되었지만, 미스 오는 계속 테니스를 치고 있다.
서브를 하기 위해 올린 공을 바라보다 하늘에 혹 할 때,
기합 소리 팡팡 넣어가며 도파민 터지는 게임 할 때,
내가 이토록 큰 소리로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나 놀랄 때,
그녀가 생각난다.
'태어나서 테니스를 한 게 가장 잘한 일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