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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줌마 May 07. 2021

엄마 사유리에게 따뜻한 밥한끼 차려주고싶다.

엄마와 아들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몇 년 전, 미수다 출신의 일본인 리포터가 맛집을 다니며 음식의 맛을 표현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녀의 표현은 색달랐다. 서툰 한국말에 아무도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표현은 엉뚱하고 생뚱맞았지만 신선한 재미가 있었다. 그녀는 잘 웃고 간혹 다른 사람들이 방송을 빙자한 태클을 걸어도 초긍정적인 태도로 가뿐히 넘기는 센스도 있었다. 다만 소란스러운 목소리와 과장된 표현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엉뚱 발랄 유쾌함이 귀여웠다. 또한 타국에서 외국인으로 열심히 사는 그녀에게서 작은 용기를 보았다. 그녀가 방송인 사유리이다.


사유리가 단지 엉뚱 발랄 유쾌함만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작년 겨울에 알게 되었다.

2020년 12월, 사유리는 SNS를 통해서 “2020년 11월 4일 한 아들의 엄마가 되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자기 자신을 위주로 살아왔던 내가 앞으로 아들을 위해서 살겠다”라고 밝혔다.

스스로 비혼모의 길을 택하여 결혼을 하지 않고 임신, 출산해 혼자 만의 가정을 꾸린 그녀에게서 누구보다 큰 용기를 보았다.


자발적 비혼모가 된 사유리는 최근 아들 젠과 KBS2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합류 소식을 알려 찬반 논란이 일었고, 이는 사회적 논의로 이어졌다. “비혼 출산을 부추긴다” 는 반대파 “비혼 출산 혐오를 중단하라”는 응원파로 의견이 대립되었는데  그저 나는 엄마가 된 사유리가 보고 싶었다. 그녀가 술 담배 안 하는 건강한 사람, IQ보다 EQ가 높은 사람의 조건으로 선택한 정자로 태어난 그의 아들도 궁금하였지만 용기 있게 아이를 품은 엄마 사유리가 더 보고 싶었다. TV 속에서나마 그녀의 일상 속에서 엄마가 되기로 한 그녀의 생각을 읽고 싶었고 엄마로 변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연예인의 관찰 예능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은 요즘이지만 왠지 그녀는 있는 모습 그대로 솔직 담백한 모자의 삶을 그려낼 것이라 생각하였다.


엄마 사유리, 통통한 볼살이 예쁘고 동글동글 했던 얼굴이 갸름해져 있었다.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손목 인대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은 비장함마저 보였다. 여전히 재잘대고 있었다. 방송인이 아닌 엄마로서 자신의 아들을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자상한 엄마, 그녀는 역시 사유리였다.


젠, 사유리의 아들은 엄마를 쏙 빼닮았다.

크고 부리부리한 눈도 그렇지만 통통한 볼살과 환하게 웃는 모습은 아기 사유리이다. 방송 내내 우는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칭얼거리지도 않는다. 초긍정 아기 사유리이다. TV에서 처음 접한 낯선 한국 음식도 맛있게 먹던 엄마처럼 우유도 엄청 잘 먹는 아기 사유리이다. 잠도 잘 자는 참 예쁜 아가이다. 잘 먹고 잘 자니 4개월에 9.1킬로그램이다. 환하게 웃고 성격 좋은 우량아, 엄마로선 참 고마운 아가이다.


아들을 업은 채 공갈 젖꼭지를 입에 물리느라 엄마도 아들도 고생이다.

 늦은 아침으로 삼겹살을 먹는데, 가위로 자를 생각도 못하고 입으로 질겅질겅 잘라 선채로 꾸역꾸역 허기진 배를 채운다.

무슨 일을 하든 아들을 엄마의 눈앞에 두어야 해서 아기용 의자에 줄을 달아 끌고 다니며 집안일을 한다.

혼자 목욕을 시키는 일도 어려운데 목욕을 마친 아들을 업고 물이 든 욕조를 비워내는 일도 혼자서 한다.

하루 종일 육아에 지친 몸으로도 웃으며 집안을 정리하고 혼자서 아들을 재운다.

늦은 저녁을 먹고 식탁에 엎드려 일어나지를 못한다.


타국에서 혼자 아들을 키우며 사는 딸을 걱정하는 그녀의 엄마 마음이 이입되어 보는 내내 찔끔찔끔 눈물이 나왔다. 아들이 웃어도, 우유를 잘 먹어도 , 칭얼거리지 않고 목욕을 잘해도, 잠을 잘 자도, 그 아들이 고맙고 또 고마워 자꾸 눈물이 나왔다. 삼겹살을 꾸역꾸역 먹는 엄마 사유리가 식탁에 앉아서 편안히 먹으면 좋겠다 하며 눈물이 나고 아들을 재우고 피곤이 몰려와 저녁 먹은 식탁에 널브러진 모습을 보고 너무 안쓰러워 눈물이 나왔다. 마음이 아무리 행복해도 몸의 고됨은 어쩔 수 없을 텐데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생활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아들과 함께 잘 살고 있는 그녀가 대견하면서도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공갈 젖꼭지를 물리는 일은 한 사람만 더 있으면 아주 쉬운 일인데 혼자서 하려니 그것도 힘든 일이 되었다.

한 사람만 더 있으면 함께 하여 밥도 천천히 먹을 수 있고 무거운 욕조를 힘겹게 들지 않아도 되는데, 하루 종일 지친 몸을 위로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 해줄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곁에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도 그녀는 웃는다.

한 사람이 없는 그 삶을 용기 있게 선택한 그녀였기에 힘들어하지 않고 행복을 누리고 있다. 그녀도 힘들 것을 알았을 테고 충분히 고민한 끝에 스스로 선택한 일이기에 지금을 기뻐하며 두 모자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잘 살고 있었다. 그녀의 웃음엔 용기가 있고 행복이 넘친다. 지금이 더없이 행복한 그녀의 모습이 좋아 보인다.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비혼모니 싱글맘이니 이런 것을 떠나 나는 그녀가 엄마가 되어 행복한 모습을 보니 좋다. 아무나 쉽게 하기 어려운 일을 시작한 것도 대단하지만 단지 출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인생을 만들어 가야 하는 그 여정을 혼자서 해나갈 그녀의 당찬 자신감이 부럽다. 무엇보다 아들과 함께 하는 삶을 기뻐하는 그녀가 따스한 사람이어서 아들을 잘 키워낼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래도 나는 혼자 먹는 그녀의 밥이 안쓰럽다.

엄마 사유리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차려주고 싶다.


엄마 사유리와 아들 젠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응원합니다.


사진출처 : 네이버 포토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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