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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줌마 Jul 06. 2021

사랑의 시작

응가도 예쁘대요.

엄마가 처음으로 나를 안아주었다.

엄마 품에 내 몸을 바짝 붙였다. 밤새 무서움에 떨었던 내게 '사랑이 아가'라고 불러주었을 때 엄마의 마음을 느꼈다. 이제 나를 무서워하지 않는구나, 나를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였구나 감사하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집에서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사람이 엄마인데 엄마와의 첫 만남에서 적잖은 실망과 앞으로의 삶에 대한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밤이 더 무서웠던 것 같기도 하다. 이제 괜찮다.


엄마는 어린 아가견인 나를 위해 밥을 따뜻한 물에 불려서 주었다. 

밥을 먹는 나를 보며 "우리 사랑이 아가 밥도 잘 먹네, 아이 이뻐" 연신 나를 칭찬하며 쓰다듬는다. 아침 시간이라 가족들 밥을 준비해야 할 텐데 엄마는 나만 따라다닌다. 이제 정말 괜찮다.



아들이 강아지를 데리고 온다는 전화를 받을 때부터 가슴이 콩닥거렸다.

강아지를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떠나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에 무게감을 느꼈다. 나와 말도 통하고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는 내 아이들을 키우는 데도 생각지도 못한 여러 상황들이 나타났다. 그럴 때마다 주위의 도움으로 겨우 해결하며 살아왔지만 강아지를 키우면서 닥치는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참으로 어렵다. 내가 강아지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나와 강아지의 마음이 통할 수 있을까, 게다가 나는 강아지를 싫어했었는데 가족으로 받아들여 사랑으로 키울  자신이 없었다.


막상 사랑이를 보니 예쁘다.

내 새끼로 받아들여서인지 무섭지는 않다. 그래도 선뜻 안아주지 못했다. 동물병원에서 알려준 대로 사랑이의 집과 먹을 것을 준비하였다. 사람의 손을 덜 타게 해야 하므로 데리고 자면 안 된다고, 처음부터 강아지 집과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지내게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하여 사랑이를 거실 한 구석에 재웠다.

'아직 50일밖에 안된 아가인데, 처음 온 집도 낯설고 처음 보는 사람들도 낯설어 무서울 텐데 혼자 잘 수 있을까? 데리고 자면 버릇이 많이 나빠지려나? 내가 안아주지 않아서 아직 나를 겁내고 있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 몰래몰래 거실을 내다보았다.


날이 밝자마자 나가보니 사랑이가 말똥말똥 나를 쳐다보았다.

이 놈도 잠을 자지 못했나 보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안쓰럽고 그 눈이 너무 예뻐 사랑이를 안아주었다. 이제 괜찮다.



어제 자면서 쉬를 하고 잤는데, 오늘 아침을 먹으니 슬슬 신호가 온다.

울타리 안에 깔린 소변 패드에 얌전히 볼일을 보았다. 나도 이쯤은 알아서 해야 하는 줄 알고 있다. 내가 아무 데나 볼일을 보면 싫어할 것이 뻔하다. 쉬야와 응가는 누나와 형아 담당이라고 했는데 일요일 아침 늦잠을 자는지 아직 기척이 없다. 엄마가 나의 비밀스러운 흔적을 보았다.

"어머, 우리 사랑이 아가 응가도 예쁘게 잘했네."

 그 후로도 쭈욱 누나와 형아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나는 쉬야와 응가하기에 나름 주의를 기울였다.


그렇게 엄마와 나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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