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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줌마 Aug 10. 2021

강아지 우울증 극뽁!

삐뚤어질 뻔했다.

엄마가 학교에 가지 않는 방학기간이 두 달이라고 했었다,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엄마와의 달콤한 시간이 벌써 그렇게 지나갔나 보다. 이제야 며칠 동안 엄마의 말과 행동이 이해되었다.

"사랑아, 엄마가 또 미안해.  이제는 그전처럼 무서운 것도 덜하고 쉬야와 응가도 잘하니까 사랑이 혼자 잘 있을 수 있지? 이제 일곱 밤만 자면 엄마 학교 가야 해."

 매일 손가락을 하나씩 굽혀가며 엄마는 미안함을 표현하며  안아주었는데 나는 그저 엄마가 꼭 안아주는 것이 좋아 그 말은 흘려들었었다. 그렇게 엄마는 개학을 맞았고 나는 또 혼자 9시간을 놀아야 했다.


혼자 있는 것은 싫다.

정말 싫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도 나는 안다. 또다시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엄마가 준비해 준 간식도 먹고 놀다 보면 엄마가 올 것이다, 처음 집에 왔던 것처럼 이젠 무섭지도 않으니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굳은 마음을 먹고 쿨하게 엄마의 출근길을 배웅하리라 마음먹었지만 정작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질척댔다. 엄마의 개학일에 현관 앞까지 따라가 징징거리고 안아달라고 폴짝거려 엄마의 출근길마음 아프게 했다. 그러지말걸 하고 곧 후회했지만 나도 내 맘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처음엔 잠도 오지 않더니 언제부턴지 계속 잠에 빠진다.

배도 고프지 않다.

물도 먹기 싫다.

화장실까지 찾아가 쉬를 하기 귀찮다.

현관 밖 소리가 들려도 무섭지도 않고 온 집안을 이리저리 헤매다 어디서 잠이 든지도 모른 채 잠이 들어버렸다.

세상 재미도 없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렇게 먹지 않고 잠만 자며 며칠을 보냈다.


개학이 다가온다.

다시 사랑이를 혼자 두려니 마음이 편치 않다. 처음 한 달을 혼자 잘 지내주어 예쁘고 대견했지만 자그마한 몸과 마음으로 얼마나 용기를 내고 얼마나 많이 참았는지 알기에 다시 혼자 두어야 하는 것이 정말 마음이 아팠다. 방학 동안 나와 정이 듬뿍 들어 엄마를 다른 가족들보다 더 좋아하고 더 의지하는 사랑이의 마음을 알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나? 개학 일주일 전부터 내내 말을 하긴 하지만 엄마가 또다시 없어진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힘들어할까 봐 너무 걱정이 된다.


사랑이는 똘똘하여 행동도 쿨하다.

금지사항에 대해 졸라 대거나 칭얼대지 않고  안 되는 경우에 인정이 빠르다. 그래서 사랑이만 두고 외출을 해야 할 때도 쿨하게 우리를 보내주고 예쁘게 기다려 준다. 그런 사랑이를 믿어보기로 하고 며칠 남은 방학기간 동안 사랑이와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였다.


사랑이가 전혀 쿨하지않다.

개학일이라 일찍 일어나고 바삐 움직였더니 눈치를 챈 모양이다. 누나와 형아의 아침을 준비하는 시간에도 안아달라고 칭얼거리고  출근하려면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도통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달래고 또 달래어 간신히 옷을 갈아입고 현관으로 가는데 부리나케 달려온다.

"사랑아, 잘 놀고 있어, 엄마 빨리 갔다 올게." 말도 끝나기 전에 현관 앞에서 폴짝거린다. 겨우 현관문을 열고 나섰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삐삐삐"

사랑이가 현관에서 폴짝거린다. 하루 종일 현관에서 나를 기다렸나 보다. 짠한 마음에 얼른 안아주었다. 내 품 안에서 좋아라 버둥거리며 수없이 뽀뽀를 해댄다. 한참을 현관에서 격한 환영을 받았다.

"사랑이 잘 있었어? 미안해. 빠빠 잘 먹고 쉬야 잘했어? 하며  사랑이의 밥그릇을 보니 빠빠는 그대로이고 사랑이의 아랫배가 묵직하다. 얼른 쉬를 시키니 한참을 쉬를 한다. 그러고 보니 화장실 앞에 쉬야를 싼 흔적이 있다. 밥도 먹지 않고 하루 종일 엄마만 기다리게 한 것이 미안하여 얼른 밥을 먹이려 했지만 잘 먹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도 사랑이는 밥도 먹지 않으려 하고 칭얼거리다 출근하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하였다.

퇴근 시간에 사랑이가 현관문에 나와 있지 않았다. 아침까진 힘들어하더니 이젠 적응을 했나보다 하며 방에 들어서니 축 늘어진 채로 자고 있다. 오늘도 밥을 먹지 않았다. 이틀을 거의 굶다시피 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하루 종일 얼마나 배가 고프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으면 엄마가 와도 모르고 자나 싶어 너무 미안했다. 살며시 깨우니 내 품에 파고든다. 어제처럼 격한 환영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밥을 먹지 않았으니 힘이 없다. 그래도 밥을 먹이려 하면 고개를 돌려버린다.


동물병원에 문의하니 강아지 우울증이라고 한다.

애착관계에 있는 보호자와 떨어지면서 심리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감을 느껴 식욕도 떨어지고 무기력해지며 배변 실수도 하게 된다고 한다. 심한 경우 자신의 신체부위를 과하게 핥거나 주인을 물고 짖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되며 구석진 곳에 숨어 심한 분리불안증세를 나타낸다고 하였다. 사랑이의 경우, 심하지 않으니 보호자의 충분한 사랑을 느낄 수 있게 정서적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괜찮다고 하여 퇴근 후 전보다 더 많이 사랑이와의 시간을 갖도록 하면 괜찮을 거라고 하였다.


문제는 사랑이가 먹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아직 아가견이니 먹지 않으면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손을 넣어서라도 밥을 먹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밥그릇을 들이대면 고개를 돌려버릴 뿐 아니라 손으로 집어넣어주려 해도 입을 열지 않는다. 억지로 입을 벌려 빠빠를 넣어주면 뱉어버리는 게 반 먹는 게 반 정도이다. 그렇게라도 몇 입 먹이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사랑이가 힘든 채 며칠을 보냈다.

그래도 나는 출근을 해야 했고 사랑이는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우리 사랑이가 엄마를 이해해준 것 같다.  

착한 사랑이 고맙고 미안하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정확하게 5시가 되면 돌아올 것도 알고 엄마가 나를 많이 많이 예뻐하고 사랑하는 것도 알고 있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우울한지 모르겠다. 그렇게 며칠을 보냈더니 엄마가 너무 힘들어한다. 그냥 내 기분이 별로일 뿐 엄마를 힘들게 하려고 한 건 아닌데 엄마에게 미안하다.


아침 일찍 식구들 보내고 내 치다꺼리에, 내 칭얼거림에 엄마의 아침은 안쓰럽다.

하루 종일 일하고 온 엄마는 오롯이 나에게 정성을 들인다. 동물병원 선생님과 통화를 할 때에는 거의 죄인이 된듯한 모습이었다. 먹기 싫어하는 나를 위해 내 입을 벌려가며 한 톨이라도 더 먹이려 애를 쓰고 피곤한 몸으로 나와 놀아주느라 더 힘들다. 우리 집에 나만 있는 게 아니라 아빠와 누나, 형아들도 엄마가 챙겨야 하는데 내가 엄마를 더 힘들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


내가 얼른 마음을 추슬러야겠다.

엄마는 나를 정말 사랑하는 것을 이번에 더욱 느꼈기 때문이다. 이제 밥도 잘 먹고 잠도 잘자고 쉬야도 아무 데나 하지 않아야겠다. 삐뚤어질 뻔했던 내 마음을 다시 되잡았다.


이렇게 강아지 우울증 극뽁!

엄마 미안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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