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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줌마 Sep 07. 2021

까꿍은 정말 싫어

금사빠 사랑이

온 가족이 함께 있는 주말이면 나는 참 바쁘다.

서로 나를 데리고 놀고 싶어 하는 마음은 참 고맙고 좋은데 쉴 틈이 없다. 장난감 공을 이리저리 던지면 물어다 주면 되고, 손 내밀라 하면 손 내밀면 되고, 기다리라고 하면 기다려주면 되지만 네 사람이 각자 나를 볼 때마다 놀아주려고 하니 조금씩 놀다 보면 금세 지쳐버린다. 다행인 건 내 반응이 시들해도 그것도 예쁘다고 해 주니 나는 놀고 싶을 만큼만 놀아주고 쉬면 된다. 그러다가 내가 놀고 싶을 때 슬그머니 공을 물어다 가족 중 아무나 옆에 놓아주면 다시 놀이가 시작된다. 그렇게 우리 가족들과 노는 시간은 정말 행복하다.


그런데 엄마는 요즘 자꾸 이상한 놀이를 한다.

두 손으로 얼굴을 몽땅 가리고 "엄마 없다"를 외친다. 분명 엄마 목소리이지만 엄마의 얼굴은 없다. 방금 전까지 엄마 앞에 있었는데 얼굴이 사라져 버렸다. 어떡하지?


사랑이는 참 똘똘하다.

플라스틱 재질로 얼기설기 짜인 장난감 공을 사주면서도 그저 사랑이가 혼자 물거나 뜯고 노는 장난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사랑이가 공을 물어다 소파에 앉아있는 아빠 옆에 자꾸 물어다 놓았다. 그리고는 얼른 소파에서 내려가 건너편에서 아빠의 손짓을 기다리는 듯하였다. 사랑이가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알아챘다. 장난감 공을 던지면 사랑이가 물어오고 하는 놀이였다. 그렇게 사랑이에게서 배운 놀이로 우리 가족은 사랑이를 위해 열심히 놀아주었다. 사랑이가 지칠 때까지 우리는 열심히 공을 던져주었다.


공놀이로 지칠 때쯤이면 배를 뒤집거나 손을 내밀거나 하며 사랑이는 늘 우리 곁에 붙어있다.

문득 아기들이 하던 까꿍이 생각나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엄마 없다"를 해보았다. 똘똘한 놈이니 엄마 얼굴을 가려도 금방 손을 떼어내겠지 했는데 손가락 사이로 사랑이의 표정을 보니 놀란 표정이다. 분명히 엄마 목소리는 나는데 얼굴을 보이지 않으니 잠깐 고민하는 듯하였다.

"으으응~~ 낑낑"

몇 번의 옹알이로 싫은 내색을 하더니 손으로 얼굴을 감싼 엄마의 두 손을 떼어내려 애를 쓴다. 

"까꿍" 

얼굴을 보여주니 폴짝폴짝 뛰며 내 품에 안긴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 까꿍을 자주 한다. 그럴 때마다 사랑이는 낑낑거리며 싫어하는 내색을 한다.


단순한 놀이로 시작했는데 사랑이는 까꿍을 할 때마다 정말 엄마가 없어지기라도 하는 듯이 싫어한다. 

엄마가 된 지 이제 겨우 50여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토록 엄마를 좋아하는구나 생각하니 고맙기도 하고 짠하다. 사랑이에게는 우리 가족이 세상의 전부이고 특히 엄마인 나는 더욱 그러했음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정이 깊이 들었는데 나는 사랑이 혼자 두고 출근을 하고 외출을 했으니 너무 미안했다. 

엄마에게도 사랑이가 전부라고 느끼도록, 사랑이가 충분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겠다.


"엄마 없다."

순간 깜짝 놀라고 당황했다. 


아침이면 늘 엄마는 없어졌다가 오후 5시가 되면 돌아오긴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가 없는 동안 혼자서 밥도 먹고 쉬야와 응가도 잘하고 잘 자고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멀쩡히 옆에 있던 엄마가 없다니 정말 놀랐다.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엄마의 얼굴은 두 손으로 가려있다.

분명히 저 손안에 엄마의 얼굴이 있지만 잠깐이라도 엄마를 보지 못하는 것은 싫다. 장난인 줄 알면서도 엄마가 얼굴을 가린 그 순간도 정말 싫다. 나도 내가 이렇게 금사빠인 줄은 몰랐다.


"으으응~~ 낑낑"

"나는 엄마가 세상의 전부예요. 

잠깐이라도 엄마가 보이지 않는 것은 정말 싫어요.

까꿍은 정말 싫어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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