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산초 판사, 삼손 카라스코 학사 사이에 있었던 토론에 대하여
산초가 데려온 '삼손 카라스코'는 짓궂은 성격의 꾀 많은 사람으로 두뇌회전이 빠르고 말을 잘했다. 돈키호테를 보자마자 그의 용기와 참을성, 오직 한 분만 사랑하는 순수한 편력기사임을 칭찬하고, 1만 2천 부나 팔린 베스트셀러 <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 책이 해외에서까지 인기라고 했다.
얼마나 인기냐 하면, 집집마다 응접실 테이블에 그 책이 없는 집이 없으며, 빼앗아 읽거나 빌려달라고 조를 정도란다. 길에서 마른 말만 봐도 '저기 로시난테가 간다'라고 말할 정도이며 아이들은 손으로 가지고 논다니 말 다했지.
* 돈키호테 : 책 내용이 과장된 건 없던가? 천재일수록 바보처럼 보일 때가 많은데 혹시 내 명성에 해가 되는 내용이 있는 건 아닌가?
* 돈키호테 : 맞아. 자기도 잘 못하면서 남은 뭐가 부족한지 뭐가 넘치는지 꼬집는 사람들도 많지.
>> '뭔가 좋은 점이 하나도 없는 책은 없습니다'라는 말은 '부족한 점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책은 없다'라는 말과 같다. '책'을 '사람'이라는 단어로 대입해보면 '어느 누굴 만나도 한 가지 장점은 있게 마련이고, 단점 없는 사람은 없다.'로 연결된다. 그런데 우리는 왜 비난을 할까? 서로 칭찬하면서 위로하면서 즐겁게 살 수는 없을까?
비난하는 사람들은 자기 우월을 느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 책에 뭐가 부족한지 알아. 그걸 알아차릴 만큼 나는 똑똑해. 나라면 이렇게 안 썼을 거야. 좀 더 잘했어야지라고 충고할 만큼 나는 너보다 위야.' 이런 식이다. 실제로 자신이 높아지지 않는데도, 남을 낮추어 순간적으로 자기가 올라가는 기분을 느끼고 싶은 거다. 그래 놓고 정작 자기에 대한 비판은 견디지 못한다.
비판적 사고하기와 내가 남을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다른 것 같다. 나의 생각도 때와 경험에 따라 늘 수정되고 있고, 지금 옳다고 여긴 것이 시간이 지나 틀린 경우도 많은 데다, 요즘처럼 변화가 빠른 시기에는 과연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참인지, 다른 경우의 수는 없는지 확신할 수 없어 불안한 경우도 많다. 남을 더 성장시키기 위한 마음이 담긴 조언이 아니라면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인정받으려는 욕구를 타인에게서가 아니라 더 성장하려는 자기 내면으로 돌리면 좋겠다. 수양에는 끝이 없어 아득하긴 하지만 어떤 책이든 그 속에서 본받을만한 점, 좋은 문구를 발견해서 보물을 찾은 것처럼 기뻐하고 내 생활 속에 실천하며 어제보다 나아지는 나를 경험하는 것이 책 읽는 즐거움이리라.
- 아직 해는 담장 위에 있노라
= 아직 해가 지지 않았다 : 아직 그 일을 할 시간이 있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