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을 시작한 것은 작년 7월 여름휴가부터였다. 처음에는 차박으로 시작했고, 당근마켓에서 텐트를 운 좋게 득템하면서 본격적으로 캠핑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래 봤자 아직 캠핑 8회 차 캠린이지만, 캠핑을 하면서 왜 그렇게 사람들이 캠핑에 열광하는지 서서히 알게되었다. 시작이 어렵지, 한번 시작하면 끊을 수 없게 되는 캠핑의 매력이란. 겨울 장박이 하나의 버킷리스트가 된 것도 다 캠핑의 매력 때문이다.
그동안 다녀온 캠핑장은 총 여덟 곳이다. 무주 수목원캠핑장, 이천 이포보캠핑장, 보성 율포솔밭해수욕장 캠핑장(무료캠핑장), 화천 숲속야영장, 홍천 탑캠핑장, 영월 더좋은펜션 캠핑장, 제주 비양도(무료캠핑장) 그리고 지난 연휴에 다녀온 용인 자연휴양림 야영장까지. 하나하나 기억에 날만큼 좋은 곳들이었고, 특히 계곡이 근처에 있었던 무주와 영월의 캠핑장, 코앞이 바로 바다였던 보성 캠핑장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리고 지난여름휴가에 다녀온 비양도 캠핑도 정말 잊을 수 없다. 당시에는 개고생 포인트가 좀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아름답게 포장되는 것도 캠핑의 매력이라면 매력일까?
그동안 다녀왔던 캠핑장을 간단히 소개해보려고 한다. (별거 없음 주의)
(1) 무주 수목원캠핑장(2021.7월), 첫 캠핑 입문
작년 여름휴가 첫날, 덕유산에 갔다가 내려와서 1박을 했다. 이때는 텐트가 없어서 차박을 했는데, 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캠퍼들의 장비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리만 너무 조촐한 것만 같아서 장비 욕심이 마구 샘솟았다. 캠핑장 바로 앞이 계곡이라 메리트가 있는 곳!
(2) 이천 이포보캠핑장(2022.4월)
올해 봄, 이천 산수유 마을을 구경하고 근처에서 하룻밤 캠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텐트가 없어서 그늘막을 가져갔는데, 추워서 결국 차 안에서 잤다. 4월의 추위를 무시했던 나는 역시 캠린이! 캠핑장 자체가 엄청 커서 화장실 가려면 꽤 걸어갔던 기억이 난다. 캠핑장에 그늘막을 놓고 와서 직원분께 간곡히 사정해서 택배로 받았다. 이날 이후 떠날 때는 꼭 짐을 꼼꼼히 챙기는 습관이 생겼다.
(3) 보성 율포솔밭해수욕장 캠핑장(2022.5월, 무료캠핑장)
이런 뷰에 무료캠핑장이라니?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의 초보 캠린이는 그저 행복할 뿐이었다. 근처에 회센터가 있어서 봄 도다리와 멍게(서비스)를 포장해서 맛있게 먹었다. 바다 뷰에 소맥을 한잔(?)하고, 불멍까지 즐기면서 행복감에 만취했다. 아침에 텐트를 열면, 파란 바다가 바로 보이는 미친 풍경을 가진 캠핑장이다. 보성에는 녹차밭만 있는 게 아니고 아름다운 바다도 있다.
(4) 화천 숲속야영장(2022.5월)
처음으로 텐트를 가져간 캠핑장이다. 자충매트를 빼놓고 오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근처에서 당근마켓으로 저렴하게 매트를 구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이 또한 에피소드로 저장) 나무들이 빼곡하게 캠핑장을 감싸고 있어서 진짜 '숲속'야영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사이트들이 비교적 넓고 프라이빗해서 좋았다.
(5) 홍천 탑 캠핑장(2022.6월),찾아보니 음식사진만 있다.
언니네 식구와 함께 두 가족이 떠난 2박 3일 캠핑장. 이때부터 캠핑은 2박 이상이 진리라는 것을 알았다. 먹고 마시고 하루 종일 하릴없이 보내는 시간들이 진정한 캠핑의 매력인 것 같다. 캠핑장 자체는 특별하거나 부족할 것 없이 무난했고, 냉장고가 있어서 2박 3일 동안 음식과 술을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어서 좋았다.
(6) 영월 더좋은펜션 캠핑장(2022.7월)
캠핑장 근처에 엄둔계곡이 있어서 맑은 물에서 수영을 실컷 할 수 있었다. 그것도 마치 전세 낸 것처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 3일 캠핑했는데 금요일은 캠핑장에 우리만 있었다. 아~ 이런 것이 전세캠? 계속 누가 오겠지 했는데 밤이 새도록 결국 큰 캠핑장에 우리만 있었다. 사장님께는 죄송하지만, 우리는 너무 좋았다.
하루에 두 번씩 계곡 가서 몸 담그고 텐트 돌아와서 먹고 쉬고 하면서 어린 시절 여름휴가를 떠났던 것처럼 신나게 놀았다.
(7) 제주 비양도(2022.8월, 무료캠핑장)
지난여름휴가를 제주도로 떠나면서 1순위였던 비양도 캠핑. 생각보다 아름다워서 좋았는데, 어떤 면에서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바닷가에서의 환상적인 일몰과 일출을 모두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고, 바람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결국 밤새 뜬눈으로 보내야 했던 건 힘들었다.
끝으로, 지난 10월 1일부터 시작된 연휴에 운 좋게 예약이 돼서 2박 3일로 용인 자연휴양림 야영장에 다녀왔다. 여름휴가 이후 거의 두 달 만에 가는 캠핑이라 가기 전부터 설레었다. 뭘 먹을지 고민하느라 행복했다. 고민의 결과 첫날은 삼겹살, 둘째날은 곱창을 구워 먹기로 했다. 둘째 날 저녁부터 비가 와서 뜻밖의 우중 캠핑이 되었고 텐트를 정리할 때 좀 힘들었지만, 빗소리에 먹는 곱창과 막걸리는 몇 배로 맛있었다.
누군가 캠핑을 값비싼 노숙이라고 했는데, 값비싼에 추가로 '고생스러운'도 붙여야겠다. 캠핑은 분명 값비싸고 고생스러운 노숙이다. 가기 전에 준비할게 산더미고 다녀와서는 또 치울게 산더미다. 물론 아직 캠린이인 나에게는 짐을 줄이고 가볍게 가는 것이 어렵다. 최대한 불필요한 것은 줄인다고 하지만 갈 때마다 짐이 너무 많아서 깜짝깜짝 놀란다. 가서 쓰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가져오는 것들이 많은데, 아직은 경험 부족인 것 같다. 캠핑은 분명 고생이 동반되는 여행이다. 그런데 왜 좋을까? 왜 설렐까?
이유야 많겠지만, 나에게는 지붕 있는 집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을 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는 게 제일 크다.
숯불 요리와 불멍, 상쾌한 바람 냄새와 흙냄새, 살갗으로 느껴지는 날씨의 변화들. 가끔은 안락함을 벗어나 온몸으로 부딪히고 경험하는 것들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사실, 감성적인 이유를 제쳐두고 먹는데서 오는 기쁨만큼 캠핑에서 중요한 게 있을까? 먹깨비인 나는 캠핑 가서 먹고 마시는 게 제일 좋다.
그리고 캠핑에서는 '사서 고생'도 낭만이 된다. 분명히 불편한데, 왜 불편함도 용서되고 오히려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걸까? 텐트를 치고 테이블과 의자를 펴면서 세팅하는 과정, 음식을 만들고 치우는 과정, 멀리 있는 화장실에 다녀오는 과정들이 어찌 보면 불편하고 고생스러운 것들인데,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오히려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 고생스럽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소중한? 아니러니 하지만, 캠핑은 고생한 만큼 나중에 더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캠린이, 캠핑 초보의 캠핑 일지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추운 겨울에는 조금 쉬어할 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