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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마니 Aug 16. 2022

우도와 비양도, 1박 2일

- 비양도 캠핑의 로망과 현실 -

이번 제주도 여행에 차를 가져가기로 결정하면서 '비양도 캠핑'이 주요 일정이 되었다. 원래는 첫 여행 2박을 비양도에서 캠핑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나머지 숙소들을 예약했는데, 태풍이 오는 바람에 일정을 변경했다. 첫 2박은 서귀포에서 했고 상황을 봐서 우도를 들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날씨를 살피던 중 제주도 여행 4일 차에 날씨가 맑아져서 급하게 우도행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우도에서 놀다가 비양도에서 캠핑을 하기로 결정하고, 우도에 들어가기 전에 근처 마트에서 간단하게 장을 봤다.

*우도 안에 마트가 있는 것을 알았지만, 많이 비쌀 것 같아서 미리 장을 봤는데, 우도에 있는 하나로 마트에서 장을 봐도 괜찮았을 것 같았다. 많이 비싸지 않고 웬만한 것은 다 갖춰져 있었다.

 

우도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성산항에 도착했더니 이미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차량이 많았다. 급하게 티켓팅을 하고, 배를 선적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렸다. 여름 성수기라 그런지 정해진 배 시간과 상관없이 배들이 수시로 들어왔다. 50분 정도를 기다려서 우도행 배에 무사히 차를 싣고 출발했다.

*자차의 경우, 우도행 배에 차량을 선적할 수 있고, 렌터카의 경우, 일부 제한조건(임산부, 영유아 동반, 우도 숙소 예약 등)이 있다.


오후 1시 반쯤 우도에 도착했고, 재빨리 비양도로 향했다. 비양도가 백패킹의 성지로 원래 유명했지만, 최근 방송에 몇 번 나오면서 좋은 자리를 맡기 어렵다는 후기를 들어서 곧바로 비양도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치기로 했다. 이번 제주여행의 큰 목표가 비양도 캠핑이었기 때문에 가는 길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우도와 비양도는 다른 섬이긴 하지만, 다리로 연결이 되어 있다. 비양도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짐을 챙겨 캠핑지로 향했다.

여름이라 더워서 그런지 생각보다 캠퍼들이 많지 않았다. 며칠간 날씨가 좋지 않아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우리는 바다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명당에 텐트를 쳤다. 비양도가 바람이 많이 부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텐트를 칠 때부터 바람과의 전쟁이었고, 캠핑 계획을 2박에서 1박으로 변경한 것도 이 '바람' 때문이었다.

*텐트 피칭, 텐트 앞이 바다인 풍경


비양도를 나와 우도 '하고수동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제주도 여행 와서 처음으로 바다에 몸을 담갔다. 더운 날씨에 적당히 차가운 바닷물이 너무 시원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옥색의 바닷물과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바닷물에 몸을 담그니 이제야 진짜 여름휴가 같았다. 한참을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하고수동 해수욕장


2차로 '서빈백사 해수욕장(산호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하고수동 쪽 보다는 사람들이 적었다. 산호 해수욕장답게 작게 부서진 산호들이 온통 널려 있었다. 한참 산호를 구경하다가 바다에 잠깐 몸을 담갔다. 몰놀이를 다 마치고 근처 편의점에서 운영하는 샤워실에서 샤워를 끝으로 비양도 캠핑장으로 돌아갔다.

*서빈백사 해수욕장(산호해수욕장)


캠핑장 가는 길에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앗! 우리 텐트 어쩌지? 다 열어놓고 왔는데 큰일이다. 급하게 비양도에 도착해서 텐트를 확인했다. 다행히 내린 비에 비해 많이 젖지는 않았다. 근데 문제는 저녁이다. 이렇게 비가 오면 텐트에만 처박혀 있어야 했다. 1시간 정도 지난 후에 비가 잦아들어 바다와 노을을 실컷 감상하고, 저녁도 무사히 챙겨 먹었다. (저녁 먹는 중에 또 비가 와서 텐트로 피신했다)

*캠핑장에서의 저녁

*무료로 운영되는 캠핑장인 만큼 최대한 깨끗이 쓰기 위해 노력했다. 설거지는 안 했고,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정해진 곳에 잘 처리하고 왔다.


비양도 캠핑의 최대 난코스는 아까 얘기했던 '바람'이다. '아니 바람이 불어봤자 얼마나 불겠어? 여름인데 시원하겠지?' 이 생각은 나의 오산이었다. 바람은 정말 미.친.듯.이 분다. 엄청난 바람에 텐트가 사방으로 펄럭거려 잠을 자는 것은 무리다. 귀마개도 챙겨갔지만, 자연 앞에 인간은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하고, 아침에 일출을 보기 위해 5시 반에 일어났다. 차라리 깨어있는 게 낫다. 이미 일출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일출이 뜨기 전 하늘과 바다가 온통 새빨갛게 물들었다. 바람을 이겨낸 뒤라 감동은 더 했다. 구름 때문에 완벽한 일출은 못 봤지만, 해뜨기 전의 여명과 그 고요함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아침이었다.

*비양도의 아침


원래 계획은 비양도 2박이었지만, 심한 바람소리에 1박을 더 자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서 1박으로 마무리했다. 아직은 초보 캠퍼라서 우리의 준비가 부족했던 탓일까?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다음 비양도 캠핑은 좀 더 준비해서(?)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다잡았다.

텐트를 철수하고 차에 짐을 다 실은 뒤에 우도를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간단하게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유명한 까페 '블랑로쉐'로 갔다. 이 날 정말 살이 타들어갈 것 같은 날씨여서 어디든 들어가야 했다.

*너무 예뻤던 우도 까페, 블랑로쉐


까페를 나와 검멀레해변 쪽으로 이동했다. 예전 우도 여행 때도 이미 본 광경인데 다시 봐도 멋졌다. 까만 해변과 암벽, 대비를 이루는 초록색 풀과 나무들.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웅장 해지는 건 왜일까?

검멀레해변 근처에 보트를 타는 관광객들이 제법 많았다. 보트를 구경하다가 재밌을 것 같아서 우리도 탔다. 보트는 지역주민들이 운영하는 것 같았고, 현금(계좌이체)만 가능해서 아쉬웠다. (성인 1인 2만원) 그리고 보트 내 안정장치라고는 손잡이를 잡는 것뿐이었는데, 성인인 나는 괜찮았지만 아이들이 타기에는 다소 위험해 보였다. 나도 사실 조금 무서운 순간들이 있었다. 재밌고 스릴 넘치는 보트 투어였는데, 몇 가지 이유로 조금은 아쉬운 경험이었다. 손잡이를 너무 꼭 잡고 탄 바람에 다음날 팔이 욱신거렸다.

*검멀레 해변과 보트투어


보트투어를 끝으로 우도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우도와 비양도 짧은 1박 2일 일정이었지만, 오랜만에 해수욕도 하고 캠핑, 보트 투어까지 알차게 즐겼다. 우도를 들어왔다 나가는 것만으로도 여행 속의 여행, 유쾌한 별책부록 같은 느낌이었다. 날씨 때문에 당초 계획했던 우도 일정이 틀어졌고, 그 덕에 예약했던 숙소를 전부 취소하고 변경하는 수고가 있었지만, 역시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더 재밌는 것 같다.

이제 제주여행도 막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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