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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마니 Dec 27. 2022

마흔 살을 보내며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마흔 살에 대한 글들을 썼고, 그 몇 개의 글들로 작가 승인이 되었다. 열심히 쓰겠노라 다짐했었는데, 최근에 바쁜 회사 일을 핑계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제일 어려운 것은 역시 꾸준하게 무언가를 해내는 일인가 보다. 야근이 반복되는 12월 한 달 동안 브런치를 소홀히 했던 나를 반성하면서, 올해가 가기 전에는 꼭 마흔 살을 보내는 심정을 글로 남겨보고 싶어 오랜만에 글을 끄적인다.


멀게만 느껴졌던 마흔이라는 나이를 살고 보니, 마흔이 되어도 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여전히 용기내기 어려운 영역이 있는데, 나에게는 운전이 그렇다. 매년 새해마다 운전을 배워보기로 다짐하는데 아직도 용기가 나지 않는다. 용기가 나질 않으니 몸이 고생한다. 불편함도 내가 감수할 몫이라, 아침저녁으로 집과 회사를 열심히 걸어 다니고 있다. 운전 말고도 글도 열심히 쓰고, 외국어도 배워보고 싶었는데, 역시나 새해다짐은 마음속에만 있을 뿐이다.


마흔이 되고 달라진 것들이 있다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전보다는 많이 생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워졌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편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인데, 이것도 은근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사소한 실수 하나도 몇 날 며칠을 곱씹기 때문에. 지나버린 실수나 잘못에 얽매여 소중한 현재를 잃어버리곤 했던 20~30대의 내 모습보다는, 지금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마흔이 되고 나니, 뻔뻔함과 쿨함을 좀 더 장착했다고나 할까? 속된 말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생성되었다.


마흔 살을 보내며, 하나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생겼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하며 살고 있었는데, 미래보다 현실을 좀 더 살아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무모하지만, 그래도 가보고 싶은 길이 생겼는데, 아직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큰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이 또한 지난날의 새해다짐처럼 마음속에 꺼내지 못한 채로 있을까 겁도 난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확고했던 적이 없었다. 미래는 다소 불안정해지고, 현실은 퍽 행복해질 수 있는, 오래된 나의 꿈... 결단이 내려지면 자세히 글로 남겨야겠다.


2022년, 나의 다시 오지 않을 마흔 살을 보내며,

여전히 나는 어떤 부분에서는 용기가 없는 겁쟁이지만,

나를 용서할 줄 알고, 지나간 일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아니 노력한다.)

불편한 현실대신 불안정한 미래가 예상되는 무모한 꿈을 꾸면서,

마흔 살에 깨달은 게 있으니, 이 정도면 전환점으로 봐도 될 것 같은 한 해를 살았다.


마흔을 안녕히 보내며. 어서 와라 나의 마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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