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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마니 Apr 24. 2023

마지막 월요병

- 모든 일에 결국 끝은 있다 -

드디어 퇴사 D-day가 정해졌다. 내 마음속에만 존재하던 그 디데이를 입 밖으로 꺼내고 나니, 어마어마한 현실감에 며칠 동안 어질어질했다. 정말 내가 저질러버리고 말았구나! 한편으로는 대견했고, 한편으로는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퇴사를 하는 게 맞는지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몇 주를 보내고 드디어 출근 마지막 주 월요일, 바로 오늘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러하듯 나는 월요병을 심하게 앓는 편이었다. 월요일은 서울집을 떠나 충북 진천(회사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는 날이라 일찍 일어나야만 했다. 월요일 출근 전쟁을 내가 몇 번이나 치렀을까? 퇴사를 결심한 날도 월요일을 몇 번 견디면 되는지 세어봤었다.


보통 토요일 저녁이나 밤부터 월요병은 슬슬 머리를 내민다. '아.. 벌써부터 출근하기 싫어' 괴로운 마음을 술로 달래며 수백 번의 월요병을 견뎌왔다. 올 것 같지 않던 그 마지막 월요일을 앞둔 지난 토요일, 괴로운 마음보다 빨리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런 부담감 없는 월요일이라니. 새삼 진짜 내가 퇴사를 하긴 하는구나 싶었다.


퇴사를 결심하고 퇴사 이후의 일상을 그리면서, 매일이 주말 같은 삶, 요일 따위 큰 의미 없는 일상을 살아보자 다짐했다. 어딜 가도 붐비는 주말 대신 평일의 한산한 여유를 즐기는 한량.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찰 지경이다. 나에게 이제 꿀 같은 주말이 아니라 꿑 같은 하루하루가 될 것이다.


이 직장에서의 마지막 월요일을 맞이하며, 이번 주는 나름 고된 한 주가 될 것 같다. 정들었던 동료들과의 작별인사, 회사와 사택 정리... 17년의 흔적을 정리하는 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이번 한 주를 잘 마무리하고, 다른 시작을 준비해야겠다.


마지막 월요병을 보내며, 이제 나의 월요병은 오늘로써 완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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