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니 완 Jan 10. 2021

내 안에 있는 興(흥)을 깨워야지

서울에 살고 있는 막내 여동생이 겨울 방학을 하고 우리 집에 왔다. 

서로 바쁘다는 이유로 오랜만에 만난 터라 저녁을 먹고 가족 이야기, 일에 대한 이야기 등을 하며 웃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밤 10시경에 TV를 켰다.      

  요즘 내가 즐겨보는 트롯 경연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동생과 함께 TV를 보며 출연자들의 노래 실력도 뛰어나지만 퍼포먼스, 춤까지 잘 추는 것을 보고 칭찬하며 내가 아는 노래가 나오면 늦은 시간임에도 따라 부르고,  잘 추지 못해도 신나는 노래에는 춤추며 즐기는 내 모습을 보고 동생이 놀라 박수를 치고 웃으며 말했다.   

‘언니가 이렇게 흥이 많은 사람인 줄 몰랐네’

‘그러게 나도 내가 흥이 있는 사람인 줄 모르고 살았어, 그런데 내 안에도 흥이 있더라’

‘우리 큰 언니는 묵묵히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인 줄 알았어’

‘그런 척하고 살아온 것을 나도 요즘에 알게 되었어.

 내 안에도 부모님에게 반항하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반갑기도 해"

‘아빠가 엄하고 규칙이 많으신 분이었잖아. 너희들도 그랬겠지만 나는 그런 아빠에게 맞추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지’

‘그렇게 억누르며 살아온 시간들이 후회되지는 않아’

라며 동생이 물었다.

‘때로는 싫었지, 정말 싫을 때도 있었어, 어릴 때는 반항할 용기가 없었고, 무엇보다 아버지 어머니가 힘들게 사시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

‘큰 딸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서 나도 모르게 느끼는 책임감이 나를 나로 살지 못하게 했던 것 같아.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아.

그리고 큰 딸이라고 모두가 나처럼 사는 것은 아니더라, 그렇게 사는 것이 내가 편했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최근에 노래 경연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는 노래가 나오면 손뼉 치고 춤추며 따라 부르는 버릇이 생겼고 남편과 아들들은 그런 나를 보고 웃어주는 것에 용기가 생긴 것 같아.’ 

  다음날 동생과 함께 친정 부모님 댁에 가서 이야기를 하는 중에  

  ‘아빠, 수니 언니에게 흥이 있는 줄 몰랐어. 

  어젯밤에 언니가 트롯 경연 프로그램을 보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손뼉 치며 춤을 추는데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니까. 어떻게 참고 살았는지 모르겠어 ‘

 동생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엄마가

 ’ 너희 언니는 어려서부터 뭣을 해도 신나게 했어. 언니가 초등학교 1학년 운동회 때 꼭두각시 춤을 출 때 언니가 맨 앞줄에서 선생님을 따라 춤추는데 어찌나 신나게 따라 하는지 엄마까지 덩달아 신났어’

라고 하셨다.

  ‘그동안 흥이 있는 큰딸이 그것을 참고 사느라 힘들었겠네’

라는 아버지의 말에 

 ‘엄마와 아빠도 그렇게 살아오셨잖아.’

 ‘그렇지 엄마, 아빠도 그렇게 살았지,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다르니까 네가 좋아하는 것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시는 아버지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엄한 아버지 덕분에 규칙을 지켜야 하는 것이 싫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그렇게 살아온 경험이 지금의 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후회하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네’라며 웃었다.

     

  어색해서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내 안에 있는 흥을 깨워서 지금까지의 나와 함께 재미있게 살아야지 생각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가 좋아한 건 갑오징어뿐 아니라 꼬막도 좋아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