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니 완 Mar 31. 2022

아들을 향한 엄마의 반찬

딸기를 먹다가 잼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딸기잼을 만들었다. 생각보다 달지 않고 맛있다는 큰 아들이 

'엄마, 이 딸기잼 작은 병에 있는 것은 태우기도 가져다주면 어떨까?'

라고 동생에게도 보내주자는 말을 했다.

'그래! 태우기도 쨈 가져다주면 좋아할까?'

라며 하이톤의 기분 좋은 질문과 동시에 내 머릿속은 이미 얼마 후에 있을 작은아들 생일이 주말이니까 오랜만에 아들 얼굴도 보고 딸기잼도 갖다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내 아들 생일인 주말 아침. 그동안 아들 생일에 함께 보냈던 것이 오랜만이라 딸기잼만 해 가는 것보다 이왕이면 아들이 좋아하는 미역국과 불고기, 잡채를 함께 해 가면 좋겠다 싶어 남편과 나는 갑자기 분주해졌다.

소고기 미역국을 끓이고 불고기를 하고 난 후 잡채를 하느라 내가 바쁜 틈을 타서 남편은 딸기를 씻어 꼭지를 떼어낸 후 큰 볼에 딸기와 설탕을 넣고 졸여 딸기잼을 만들면서 참 오랜만에 아들에게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기분 좋은 흥분을 느꼈다.


두 아들이 모두 다른 지역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엄마인 나는 다른 지역에서 공부를 하는 아들들이 혹시나 밥을 잘 먹지 못할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종종 사골을 푹 고은 곰탕을 몇 팩, 불고기를 양념 재워 몇 팩, 생선을 몇 마리씩 포장해서 보내고 나는 아들들이 맛있게 먹을 것을 상상하며 기분 좋았다.

하지만 두 아들은 모두 냉장고가 작아서 넣을 곳이 없다며

'엄마! 이제 반찬 보내지 마'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엄마 마음을 몰라주는 아들들에게 서운하고 속상해서

 

'그래, 이제는 안 보낼 테니 너희들이 먹고 싶으면 사 먹던지 해 먹던지 마음대로 해라'

말하고 난 후 아이들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한 번씩 반찬을 만들어 보내고 싶은 마음이 올라올 때면 "아들들이 스스로 잘 챙겨 먹겠지"라고 마음을 다독이며 반찬을 보내지 않은 지 몇 년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스물 된 나는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며 자취 생활했을 때, 점심은 회사에서 먹을 수 있었지만 아침과 저녁은 혼자서 챙겨 먹어야 했다.

 아버지의 보증 사건으로 인해 대학을 다니지 못하고 직장을 다니게 되었던 나는 봉급을 받으면 부모님에게 보내고 있었다. 물론 부모님이 봉급을 보내라고 강요하신 것은 아니었지만 큰 딸이라는 책임감으로 보내다 보니 내가 쓸 수 있는 용돈이 넉넉하지 않아 반찬 없는 밥을 먹거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았다. 

돈을 아끼느라 먹는 것을 잘 먹지 못했던 어린 시절 나의 경험은 나와 아이들이 현재 다른 시대에 살고 다른 사람인데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객지 생활하는 아이들이 어린 시절의 나처럼 밥을 잘 먹지 못하고 굶을 것 같은 걱정에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만 해 주면 되는데 아이들 마음보다 내 마음이 편하려고 내 마음껏 해 주었구나를 알아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말하지 않았어도 부모님에게 배운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