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니 완 Aug 11. 2022

부모 없이 자란 남매는 정이 깊다

외갓집 삼촌과 이모들

매년 봄과 가을이면 5남매가 여행을 다니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외갓집 삼촌과 이모들이 코로나가 오면서 서로 만나지 못하다가 2년이 지나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친정엄마와 이모, 삼촌들이 모처럼 충청도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모처럼 만난 이모와 삼촌들은 한껏 웃으며 '오랜만에 만나니 너무 행복하다, 언니와 형부를 보니 더 좋다'는 말과 함께 7, 80대 노인들이 어린아이들처럼 신났다.

바닷가 풍경도 좋고 숲 속의 공기도 좋다며 아픈 다리도 잊을 정도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난 후 직접 담근 된장, 깻잎 장아찌 등을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엄마 말에 좋기도 하고 우리 남매도 나이 들어가며 그렇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9남매였던 외갓집 이모와 삼촌들 중에 삼촌 두 분은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아 홍역으로 돌아가시고, 가장 큰 이모는 30여 년 전에 병으로 돌아가셨고 외삼촌 한 분은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셔서 5남매가 남게 되었다.

친정엄마가 83세로 가장 많은 나이이고, 이모와 삼촌들은 모두 70대, 80대 노인들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지만 1년에 두 번씩은 만나서 남매들만의 여행을 다닐 뿐 아니라 각 자의 집안 대소사를 챙기고 서로 안부를 묻느라 통화도 자주 한다.


외갓집 삼촌과 이모들을 보면서 우리 남매들을 떠올려 본다. 우리는 5남매인데 사이가 나쁘지는 않지만 이모 삼촌들처럼 끈끈하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 남매는 서로를 잘 챙기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살고 있고 집안에 행사가 있거나 명절에 모여 얼굴을 본다. 

이모와 삼촌들처럼 자주 통화를 하지 않지만 톡방에서 서로의 안부를 나누고 기분 좋은 일은 나누고 힘들 때는 위로하며 지지의 말을 해 주기도 한다.


외갓집의 남매와 우리 남매가 무엇이 다를까를 생각했다. 가족은 함께 해야 한다는 내 생각과 큰 딸인 내가 엄마처럼 동생을 잘 못 챙긴다는 생각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무슨 차이가 있을까 궁금했다.

외삼촌과 이모들은 부모 없이 자라면서 힘들고 외롭고 어려운 상황에 자신들을 보호해야 할 대상이 없다는 것에 서로를 더 의지하고 챙기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외할아버지는 엄마가 결혼 전에 돌아가시고 외할머니는 엄마가 결혼하던 해에 돌아가셨는데 부모를 모두 잃은 나이가 막내 외삼촌이 4살이고, 그 위에 삼촌은 9살이던 해였다.

엄마는 결혼을 했고 이모들은 어린 나이에 돈을 벌러 다른 곳에서 지내게 되었고, 삼촌들은 작은 외갓집에서 자라면서 어린 시절에 부모님도 계시지 않는데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지 못한 남매들은 함께 있지 못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얼마나 많았을까. 부모와 형제자매가 함께 사는 가족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부모 없이 자라면서 많이 배우지 못한 이모와 삼촌들은 힘든 일을 하시지만 경제적으로 잘 사는 분들이 아니었다. 큰 이모와 작은 이모, 막내 삼촌은 운전을 하시고, 큰삼촌은 안전관리 일을 하고 나의 아버지는 공무원으로 은퇴를 하셨다.  

모두가 빠듯한 살림을 살아가면서도 남매가 매월 각자 5만 원씩 모은 돈을 팔순이 넘은 친정엄마가 통장관리를 하며 남매들 가정에 일이 있으면 챙겨주기도 하고 여행을 다니며 사용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가족관계의 형태도 달라지고 관계의 질이 달라졌기에 끈끈한 관계가 더 좋은 것은 아니고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좋은 일과 힘든 일을 나눌 수 있는 부모님과 형제자매가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위로는 그냥 함께 있어주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