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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완 Dec 23. 2022

하늘나라 가는 길이 왜 이렇게 힘들다냐

오늘밤 데려가 주시기를 기도한다

4년전 뇌졸증 진단을 받았던 친정아버지가 급성신부전증으로 응급실에 입원 후 병실로 옮겨졌다.


코로나 상황이라 자녀들이 함께 면회할 수가 없기에 1명씩 돌아가며 PCR검사를 받고 아버지를 간병하는 상황이었다. 남동생들이 돌아가며 며칠간 병간호를 하고 주말에 병실에서 만난 아버지는 링거를 맞고 있었는데 주사를 맞느라 여기저기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소변을 체크하기 위해 방광에 소변줄을 꽂아 놓은 상태라 누워서 소변을 보면 되는데 습관이 되지 않아 그런지 자꾸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침대에서 일어나기를 반복하시는데, 잘 드시지 않아 기운도 없고 불편한 몸을 가누면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인상을 쓰고 계시는 아버지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싶었다.


나이가 드신 탓인지, 식습관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평소에 장아찌처럼 짠 음식을 좋아하셨던 아버지는 병원식이 싱거워 입에 맞지 않는다며 음식도 잘 드시지 않는 날이 계속되면서 의사와 간호사까지 걱정되는 마음에 '환자분! 이렇게 드시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잘 드시겠다고 약속하시게요'

아버지와 손가락을 걸고 식사는 꼭 하셔야 한다고 약속을 받아냈지만 아버지는 음식을 거의 드시지 못했다. 


며칠을 지나도 잘 드시지 않아 걱정되는 마음에 

'아버지, 이러다가 돌아가시면 어쩌려고 이렇게 안 드세요?' 

'오늘밤에 나를 데러 가 주시라고 하나님께 기도한다'는 말씀을 하시며 너무 담담하신 모습이 더 슬퍼서

'왜 그렇게 기도하시냐'

'이런 상태로 사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

'아버지,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뭐예요?'라는 

내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눈이 촉촉해지는 것을 보았다.



주삿바늘로 인해 손등이 멍이 든 것을 보고 속상한 내가

 '아빠, 주사 맞는 것이 그렇게 고통스러워'라고 말했을 때 아버지는 고개를 흔들며 대답은 하지 않고

 '너희 엄마는 집에서 뭐 하냐'라고 친정엄마를 찾으셨다.


뇌졸증 진단후 다리에 힘이 없어 혼자 걷는 것도 힘드신 아버지에게 소변줄까지 꽂아놓은 상태라 팔순이 넘은 엄마가 아버지를 간호하기에는 무리다 싶어 5남매가 번갈아가며 간호를 하고 있는 데다 보호자는 1명만 환자 옆에 있을 수 있는 병원 규칙으로 인해 엄마는 잠깐씩 면회만 하는 해야 하는데 아버지는 계속 엄마를 찾으신다.

'아빠, 엄마가 그렇게 보고 싶어?'라며 영상통화를 하도록 해 드려도 아버지의 마음은 여전히 불편해하며

'하늘나라 가는 길이 왜 이렇게 힘이 든다냐!'라고 하신다.

'아버지! 지금 이렇게 가시면 우리들은 어떻게 하라고?'

아버지가 겪는 고통보다 우리 곁을 떠나고 나면 자식들이 어떨까라는 생각에 나는 이기적인 질문을 던졌다.

'자식들이 서운한 것은 어쩔 수 없지. 어차피 한 번은 죽어야 하니까 나는 빨리 하늘나라 가면 좋겠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돈이 많지 않아 너희들에게 잘해주지 못했어도 자식들이 하나같이 부모를 제일로 생각하고 너희들 자리에서 성실하게 살고 있고 손자들도 하나같이 모두 건강하고 너희들 속 썩이지 않고 잘하고 있으니 아버지는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뿐이다.'


아버지에게 고통에 대해 더 이상 묻지는 못했지만 병원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아버지의 고통은 의식이 또렷해서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데 거동이 불편해 화장실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자신이 기저귀를 차고 있어 자식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을 보여야 하는 수치심에 계속 엄마를 찾으시고 자식에게는  말 못 하는 고통이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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