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어요. 친구들도 하나둘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가는 거라고 했어요. 우리 할아버지가 욕심부려서 그런 건 아니래요. 누구나에게 생기는 일이래요. 그렇다고 너무 슬퍼하지만은 말래요. 대신 손자 손녀를 만날 수 있고, 같은 곳을 봐도 다르게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다고 이야기해주셨죠. 반은 이해가 가고 또 반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214. 아직 날개는 있지만> 운전미숙인 나는 초행길이 늘 두렵다. 내비게이션도 잘 못 보는 나는 길눈 밝은 아빠에게 초행길을 함께 가달라고 부탁드렸다. 아빠 집 앞 큰길에서 만나기로 했다. 늘 보던 아빠가 아니라 굽고 바래진 아빠가 계셨다.
아빠가 아프다고 할 때마다 당연히 아플 때라고 이야기하고 좋은 맘을 먹도록 노력하자라고 매뉴얼처럼 이야기했다. 며칠 전부터 무리해서 걷기를 한 탓인가 발바닥 한쪽이 아파서 걷기가 힘들고 나서야 아빠가 이런 맘이었을까? 이제야 뒤돌아본다. 아빠에게 성의 없는 대답 대신 진심으로 아빠 등 뒤에 아직 날개가 있다고, 높게 빠르게 날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