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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접시 Nov 16. 2020

 한솥밥을 먹어요



정신줄을 놓치지 말아야 했다.  엄마 말을 잘 듣지 않았는지 엄마가 이야기를 내게 안 해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김장한다는 말을 놓치고 다른 일정을 잡아 버렸다. 등짝 한대로 끝나지 않는 철없는 짓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해버렸다.  대범하지도 않으면서 나는 자꾸만 욕먹을 짓을 하고 나를 자책한다.
뒤늦게 나타나 김장을 하고 눈칫밥을 먹는데도 맛있다.

엄마는  격리 숙소에 들어간 남편 갖다 주라고 보쌈 밑반찬, 배춧국까지 바리바리 싸주셨다.
보름 동안 지낼 필요한 짐이랑 엄마가 싸준 음식들을
남편의 숙소 문 앞에 두고 왔다.
얼굴을 마주 할 수도  없고, 같이 밥을 먹을 수도 없고,
겨우 멀리 창문 밖으로 손 흔드는 얼굴만 봤는데도
좋았다.  한국에 무사히 와준 게 좋다.
정확히는 같은 하늘 아래 한솥밥을 남편도 먹는 것이 제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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