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가 흐드러지게 피고 민들레, 냉이,.. 풀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정신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작년 할머니 제사도 까먹고 아버님께 연락도 못 드렸다. 올해는 핸드폰 달력에도 동그라미 그려 넣고 알람 설정해 놓고 잊지 않았다. 집 앞 시장에서 전이랑 과일 나물이랑 할머니 좋아하셨던 문어도 한팩 샀다.
할머니는 건강을 지키려고 아침마다 운동을 다니셨는데 빙판길에 넘어지셔서 수술을 두 번이나 했는데도 더 안 좋아지셨다. 돌아가시면서 유언으로 화장하지 말고 꼭 꽃가마 타고 할아버지 산소에 합장해달라고 하셨다. 아버님과 할머니는 사실 사이가 좋진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할머니를 옆에서 보살폈던 분은 아버님이셨다. 아버님은 꼭 약속을 지키셨다. 할머니의 우여곡절 많았던 인생이 안쓰럽기도 하고 굽은 손가락에 있던 닳고 닳은 금가락지 하나 조차 가지고 갈 수 없는 죽음도 보았다. 입관할 때 나도 할머니를 뵈었는데 무섭지 않고 할머니가 곱고 편안해 보였다. 상여 길을 따라가는데 벚꽃 날리던 기억이 슬프고도 아름다웠다.
내가 언제 어른이 되었나? 생각해보니 쓴 나물들을 이제는 두 눈 질끈 감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제사 지내고 다음날 할머니 산소 가는 길에 할머니는 선물을 많이도 준비해 놓으셨다. 엄나무순, 미나리, 달래, 두릅 참 많이도 준비해 놓으셨다.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