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한가운데와 있는 줄도 모르고 두꺼운 외투를 챙겨 입고 동네책방에서 시인과 함께하는 <국어책 다시 읽기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나섰다.
시인이 들고 오신 지문은 <나의 사랑하는 생활/피천득>인데 함께 읽고, 중학교 국어 기출문제까지 풀어보자 하셨다.
어릴 적 국어책 지문에서 만났던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벚꽃나무로 둘러 쌓인 서점에서 토요일 오후에 다시 만난 수필은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작가는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생기면 딸에게는 비로드 바지를 부인에게는
털실 한 폰드반을 본인에게는 넥타이를 사주고
게다가 돈이 없어 적조한 친구들을 초대하면
아내가 신이 나서 도마질을 할꺼라고 했을 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의아해했다.
과연 부인이 진짜 신이 나서 도마질을 할까?
털실 받고 좋아할까?라는 물음이 오고 갔었다.
가만히 어릴 때를 생각해보니 어릴 적 엄마는 아빠가 안 입던 조끼를 풀어 내 것을 짜주셨던 생각이 났다. 엄마는 꼬불꼬불해진 털실을 다시 주전자의 스팀으로 살살 피고 어린 내게 잡아 달라 해서 감았던 기억이 났다. 풍족하지 않았던 1960년대를 살아가던 작가의 글을 2022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제대로바라보는 건 어려울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겨울을 좋아하던 나는 이제와 봄이 좋아졌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새 학기의 낯선 것이 불편했던 것인지 모르겠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책도 보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내가 된 것도 좋다. 시험을 안 봐도 되는 지금이 좋다. 늘 바쁜 남편이 바빠 주말에도 독박 육아하다 아이들을 놓고 한 나절쯤은 나갔다 와도 될 만큼 잘 자라줘서 좋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었나? 책에서 읽었나? 텔레비전에서 봤나?
조선시대 왕도 마음대로 먹을 없는 아이스크림과 귤을 우리는 싼값으로 언제 어디서든 사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 우리는 감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건. 옆 사람과 비교하고 덜 갖고 있어서 그럴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끄덕인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