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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접시 Apr 15. 2022

흐려도 봄

몇 번의 약속이 미루고 다시 잡다가  이번에는 코로나 아님 무조건 학교 앞에서 수요일 10시 반에 꼭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다.

바람이 많이 불고 비도 내렸다.

남영역에 내려 자신 있게 찾아가던 길을 나는

핸드폰 어플을 꺼내 핸드폰을 거꾸로 한번 옆으로 두 번쯤 돌려 방향을 확인하고 겨우 학교로 찾아갔다.

스물아홉 살 내 인생에 너무 슬픈 일이 있어

그만 살까 했었다. 근데 남들이 보기에는 죽은 이유가 너무 유치할 것 같고, 부모님께 미안했다.

그때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음이 아프고 슬퍼서  밥 먹다가도 몰래 울고, 화장실에서는 맘 편히 울었다.

어떻게 살까 고민 고민하다 내 통장에 있던

천이백만 원을 다 쓰고 3년 뒤에도  슬프면 죽어야지 했다. 생각해보니 해본 게 너무 없는 거였다.

스물아홉 살의 나는 비행기도 못 타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못 먹어보고, 사랑도 잘 못해보고... 안 해본 게 많았다.

그중에 제일 해보고 싶은 게 비행기 타보기랑

공부하기였다. 공부를 그렇게도 싫어했던 내가 ㅋ 대학원 가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했는데

학비가 너무 비싸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뭐

죽을 각오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되겠지 하고  도전했다. 두 개의 학교에 지원했는데 한 군데 떨어지고 한 군데만 붙었다.  선택의 여지없이 학교에 다녔다.

가보니 동기들 중에 내가 나이가 제일로 많았다. 다행히 착한 동기들이라 왕따 안 시키고

잘 챙겨주었다. 얼굴도 예쁜데 늘씬하고 마음씨도 착해서 깜짝 놀랐다.  그 아이들이랑 신나게 놀고 그림 그리고 전시하고 나니

3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아직도 살아있다.

지금은 ㅋㅋㅋ 오래 건강하게 살 걱정을 하고 있다. 그때를 잊고 살았는데

어제 밥 먹는데

"언니 학교 다니길 잘한 거 같아요?"

라고 물었다.

 

생각해보니 그때 나는 봄이었다.

날씨가 흐리고 비도 내리고 추웠어도 봄이었다.

그때 안 죽길 잘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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