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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접시 Apr 11. 2022

나의 사랑하는 생활

봄이 한가운데와 있는 줄도 모르고 두꺼운 외투를 챙겨 입고 동네책방에서 시인과 함께하는 <국어책 다시 읽기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나섰다.  

시인이 들고 오신 지문은 <나의 사랑하는 생활/피천득>인데  함께 읽고, 중학교 국어 기출문제까지 풀어보자 하셨다.

어릴 적 국어책 지문에서 만났던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벚꽃나무로 둘러 쌓인 서점에서 토요일 오후에 다시 만난 수필은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작가는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생기면 딸에게는 비로드 바지를 부인에게는

털실 한 폰드반을 본인에게는 넥타이를 사주고

게다가 돈이 어 적조한 친구들을 초대하면

아내가 신이 나서 도마질을 할꺼라했을 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의아해했다.

과연 부인이 진짜 신이 나서 도마질을 할까?

털실 받고 좋아할까?라는 물음이 오고 갔었다.


가만히 어릴 때를 생각해보니 어릴 적 엄마는 아빠가 안 입던 조끼를 풀어 내 것을 짜주셨던 생각이 났다. 엄마는 꼬불꼬불해진 털실을 다시 주전자의 스팀으로 살살 피고 어린 내게 잡아 달라 해서 감았던 기억이 났다. 풍족하지 않았던  1960년대를 살아 가던 작가의 글을 2022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제대로 바라보는 건 어려울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겨울을 좋아하던 나는 이제와 봄이 좋아졌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새 학기의 낯선 것이 불편했던 것인지 모르겠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책도 보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내가 된 것도 좋다. 시험을 안 봐도 되는 지금이 좋다. 늘 바쁜 남편이 바빠 주말에도 독박 육아하다 아이들을 놓고 한 나절쯤은 나갔다 와도 될 만큼 잘 자라줘서 좋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었나? 책에서 읽었나? 텔레비전에서 봤나?

조선시대 왕도 마음대로 먹을 없는 아이스크림과 귤을 우리는 싼값으로 언제 어디서든 사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 우리는 감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건. 옆 사람과 비교하고 덜 갖고 있어서 그럴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끄덕인 적이 있다.

둘러보니 사랑하는 생활에 살고 있어 잘 몰랐단

생각이 든다. 감사할 것이 천지삐까리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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