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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녀 Mar 15. 2024

꽃을 사 봅니다.

봄이 와 꽃을 산 적이 없습니다.


꽃은 사치.

꽃은 여유.

꽃은 낭만.

꽃은 찰나.


그리 생각했으니까요.

그저 길 가에 피어난 꽃들을 바라보며  

질긴 생명력에 기특하다 생각했습니다.

한편으로 찰나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아렸습니다.

꽃을 보며 설레는 마음이 싫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아름다운 계절

제겐 슬픈 일들이 많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 제가 올해 꽃을 샀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프리지어 꽃을 샀습니다.

꽃을 사지는 않지만 취향은 알고 있습니다.

향기 넘치는 프리지어입니다.


핫딜로 샀더니 주문 폭주로

아직 배달은 안 됐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집 안에 향기가 퍼지겠지요.


최근에 꽃을 몇 번 샀습니다.

누구를 위해 꽃을 산 적 없는 내가.

직접 전할 수 도 없는 당신에게 전하기 위해

 꽃을 샀습니다.

차가운 땅에 두고 오는 게 너무나 마음 아파

물병을 가지고 가기도 했습니다.

단 며칠이라도 더 향기를 느끼시라고.


그런데.. 정작.

당신이 어떤 꽃을 좋아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프리지어인데

당신은 생전 무슨 꽃을 좋아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베란다를 가득 메운

당신의 취향들로 가득한,

당신의 작품들로 가득한 화단을 봅니다.

당신이 만들어 놓은 화단에 꽃이 핍니다.

봄이 오면 화훼단지에 가서 화분을 사 오던

당신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버지,

무슨 꽃을 좋아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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