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4년째 일하고 있다.
2001년 입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일을 잘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은 진즉에 알았지만 생계형이라 일하고 있다.
다른 걸 더 잘한다고도 할 수 없으니
이거라도 하자하며 버티고 있다.
생활의 달인을 보면 한 우물 판 장인의 기술에 감탄한다.
심지어 나보다 일한 횟수가 짧은 사람도
기똥차게 일을 한다.
근데 나는 왜 20여 년 일하면서도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걸까?
아니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걸까?
일을 못한다는 것은 일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더욱 짙어지고 있다.
게을렀던 것일까?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것일까?
물론 객관적으로도 일을 나보다 못하는 사람이 자기가 일 잘한다고 말하는 것을 많이 봤다.
정신병도, 행복한 정신병이다.
부럽다.
나는 그런 확대 과장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라 그런가?
자학에 익숙해져 그런가?
요가를 십 년 가까이하고 있어도 잘하지 못한다.
남들은 몇 년 하고 자격증을 땄네 마네,
마치 요가를 매일 하고, 요가에 엄청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들처럼 말한다.
요가도 잘하고 필라테스도 잘하고 손대는 것마다 잘한다.
나는 그냥 한다.
남들 앞에서 잘한다고 말하기 부끄럽다.
노력이 부족한 것일까? 설렁설렁했던 것일까?
그런데 또 꾸준히는 하고 있네...
그래 나의 유일한 장점은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일 수 있다.
아니 희망회로를 돌려서 나 자신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은 잘한다고 생각할 수 도 있다.
그런데 남들의 생각은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그리 느끼지 않으니.
오늘도 억지 억지로 일을 마치고
오늘이 끝나기 전 또 내일의 일을 걱정한다.
퇴근해서 집에 와서만큼은
행복하고 싶다.
일을 잘하느니 못하느니...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오늘 유난히 일이 안돼
이 생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