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 백중 기도를 마치며.
나이가 들었다고 철이 들지 않는다.
나이가 들었다고 현명해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었다고 깨닫지 않는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그 순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후회하게 되며,
삶의 지표가 달라지게 된다.
49일 뜨겁고 아프던 백중기도를 마쳤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마침, 1년째 되던 날 백중기도가 시작됐다.
아버지를 위한 기도의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버지를 위한 기도... 밖에는 없었다.
그것만이라도 해야, 내 마음이, 내 죄책감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철없이 살았던, 참회의 마음으로 말이다.
무더위 속에도 도심 속 절을 찾는 이들은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아프고
걷기도 힘겨워하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누구나 한 번은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법한 나이.
소중한 사람들이 떠나면서 이제 본인들의 차례를
의식하는 나이.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담담히 기도를 하신다.
많이 겪었다... 그런 마음이실까.
경을 읊으며 눈물을 훔치는 불자들은, 나이대가 그보다는 어리다.
얼마 전 떠난 소중한 사람이 생각나기 때문일까.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닦는 모습에
나 또한 울음을 삼켰다.
아직은 익숙지 않은... 아직은 떠난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들이 많은 그들... 과 나다.
옆에서 아픈 무릎을 주무르며 기도하는 엄마를 쳐다본다.
1년 전에는 멀쩡했던 다리가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다.
급격히 늙으신 모습이다.
사별을 경험하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급속한 노화가 진행된다는 글을 읽었다.
엄마도, 나도,
그래 늙었다.
떠나간 아버지를 위해 목놓아 기도했다.
한편으로 옆에 계신 엄마를 위해 맘 속으로 기도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도 기도했다.
부디.. 깨달음을 갖게 하길.
부디.. 어떠한 고통이 와도 이겨낼 힘을 갖게 하길.
부디..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길
그래서 부디.. 다시는 후회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길.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있다.
낮의 매미 소리는 밤에 귀뚜라미 소리로 바뀌고 있다.
시간은 흘러가고, 나도 늙어간다.
하루하루 깨달으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헛된 나이 듦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