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차 과학쌤에 중학생들에게 쓴 편지
사랑하는 경일여중의 예쁜 소녀들, 과학 교사 이영미입니다.
1, 3학년 중에는 누구지? 하는 소녀들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뽀글 머리에 가끔 한복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떠오를까요?
나는 작가로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이번에 20번째 책으로 <치즈케이크 육아>라는 책을 출간하게 되었고, 우리 학교 전교생 모두에게 선물로 준비를 했어요. 그래서 이 편지를 씁니다..
우리 딸들이 나에 대해, 엄마가 아닌 직장인으로서의 나를 얼마나 알까... 하는 생각에서 쓴 책이 <나는 대한민국의 행복한 교사다>였어요. 소녀에게 이 책을 선물한다니 당황스러운가요? 나는 이제 겨우 열몇 살인데? 아이도 없는데 이런 책을?? 할지 모르지만 소녀가 본 나는 교사, 담임이거나 과학쌤의 모습이었지요. 이 책을 통해 두 아이의 엄마로서 모습, 그리고 한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소녀들은 알까요? 여러분들 모두는 ‘세상을 구할 수 있는 히어로’라는 것을.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영화가 있어요. 새 학기가 시작되고 사회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일 년 동안 수행할 숙제를 내줍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오라는 것. 다른 아이들은 숙제는 숙제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주인공 트레버는 진심으로 이 숙제를 받아들이고 `사랑 나누기'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하지요. 한 사람이 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그 사람들이 다시 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그렇게 이어져 나가면 조금 더 좋은 세상이 될 거라고.
소녀들을 세상을 구할 수 있는 히어로라고 한 이유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쉽고 간단합니다. 세 사람이 아니라 딱, 한 사람이어도 충분해요. 바로 소녀들 자신입니다.
사랑하는 소녀들,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을 위한 선택, 스스로에게 좋은 선택을 해주세요. 자신을 소중히 하고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은 세상을 구하는 일이거든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멋지게 살아간다면? 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은 좋은 세상이겠지요.
소녀들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히어로인 이유입니다.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는 것은 세상을 구하는 지름길이니까요. 소녀들은 그런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기억해 주어요.
그리고 부탁이 있어요. 이 책을 읽고 난 뒤 여러분들 주변에 있는 '어른'에게 전해주어요. 꼭 부모님이 아니어도 됩니다. 이 책이 필요할 것 같은 '어른'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
선생님이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 쓴 책이니 소녀들이 누군가에게 이 책을 전해준다면, 그래서 이 책이 도움이 된다면 영화 속 주인공의 ‘사랑 나누기’와 같은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책을 읽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 봅니다.
책갈피는 그림 품은 캘리로 내가 직접 쓴 것입니다. 앞뒤에 적인 말의 의미는 우리 학교 도서관인 글고운터에서 찾을 수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글고운터 방문도 권해 봅니다.
소녀들도 치즈케이크 육아에서 말하는 <SKY 인생>을 살아가기를 큰마음으로 응원하며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4. 6. 12. 과학쌤이
몇 년 전부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렇게 물어옵니다.
38년 차 중학교 과학쌤, 평교사인 나.
작년까지 중1 담임을 했고
올해는 주당 18시간의 수업에 학부모역량부 기획입니다.
교장 교감을 하는 것도 아닌데....
요즘 아이들 힘들다는데....
나이 많은 교사가 세대 차가 어마무시할 텐데 소통이 되기는 하는지....
나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중2 담임, 중 1 담임 2년, 최고령 담임을 연달아하면서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우리 소녀들을 위해
소녀들의 부모님에게 도움을 주는 책, 소녀들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써야겠다,
라는 꿈을.
부모를 준비하는 사람들부터 유아, 초등을 너머 중학생 자녀들, 아닌 독립하기 전의 자녀들을 둔 부모들이 읽을 수 있는 책, 십 대 아이들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책.
그게 가능할까.....
가능하게 만들어야지....
그러면서 <요즘 가족>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려 보기 시작했고 완성한 그림은 이랬습니다.
완성하고 난 뒤 제목을 바꾸었습니다.
<폰 가족>이라고.
내가 쓰는 책의 독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는 이미 정해져 있었고
그
리
고
그 꿈을 이루었습니다.
지금은 나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건네는 명함이 되었습니다.
그림 품은 캘리로 한 장 한 장 정성 들여 책갈피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이 도착했고
책갈피와 편지와 함께 아이들에게 선물했습니다.
자녀 교육서를 받는 소녀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과학실에 오지 않는 아이들.
늘 그렇듯 아이들에게는 이유가 있었어요.
교실 칠판 가득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담아 놓고
왜 과학실에 오지 않는며 교실에 올 나를 위한 서프라이즈를 준비한 아이들.
"쌤~~~ 책 너무 재밌었어요."
"쌤~~ 편지 너무 감사해요. 눈물이 났어요."
그런 소녀들에게 말합니다.
552명의 소녀들만 히어로일까요?
우리 모두가 히어로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