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안드레아 Dec 29. 2020

나의 아저씨, 행복하자 오늘도 다짐

드라마 '나의 아저씨' 감상평

‘나의 아저씨’를 2회 차 정주행하고 나서 든 감정은 역시나 또다시 먹먹함이었다. 

잘 만들어진 힐링 물 작품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었다.

드라마를 두 번째 보면서 한 가지 조금 놀랐던 부분은 ‘지안’이 처음으로 웃음 짓는 모습이 

무려 극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다다른 7회 엔딩 장면에서나 나온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나의 아저씨’의 초반부는 음울하고 어두웠다.

주인공의 향후 반전 스토리를 위해서라도 어떤 작품이든 극 초반부에 주인공이 겪는 어려움이란 

당연한 거라지만 이 작품은 그녀의 아픔이 너무나도 짙고 깊게 그려졌다. 

지안의 굴곡진 인생사와 아픔이 극 초반부에 끊임없이 펼쳐진다. 

도대체 언제 희망의 빛줄기가 그녀에게 서서히 비치기 시작할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지안은 계속 아프고 어두웠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지안을 아프게 그려 냈을까? 궁금할 정도로 극의 분위기는 다크 했다.

이럴 필요까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정확히 그녀가 '동훈'을 보고 처음으로 웃음 짓던 그 장면을 보기 전까진.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극 초반부의 지안


드라마에 나오는 가상 인물의 행복을 이토록 진정으로 빌어본 적이 있던가.



‘지안아, 행복하자’



16회 차 동안 내내 그리고 바랐던 감정이었다. 

지안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이, 지안의 웃음을 보는 것이 이 드라마를 완주하는 목표처럼 느껴졌다.

지안과 동훈이 서로의 맥주잔을 비로소 맞닿을 때, 지안이 처음으로 크게 웃음을 터뜨렸을 때, 

비로소 우리는 알게 되었다.

지안의 그 웃음은 우리로 하여금 지안도 행복할 수 있겠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먼 미래가 될 지라도 행복할 수 있겠다...라는 희망이 되었다는 것을.

그러면서 극의 분위기는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감정을 말랑말랑하게 바꿔 주는 후계동 사람들처럼 ‘따뜻하게’ 말이다.



지안을 처음 웃음짓게 해 준 동훈이라는 인물은 현실에 있을 법 한, 

윤희의 말처럼 ‘오늘도 직장을 도살장 끌려가듯 나서는’ 우리들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파고들고 보면 동훈이라는 캐릭터는 꽤나 비현실적이다. 

지안에게는 슈퍼 히어로 같은 버팀목이 되어 주는 그의 묵묵함과 정의로움은 

사실 드라마 주인공으로나 볼 법하다.

그럼에도 배우 이선균은 동훈을 슈퍼히어로처럼, 정의감만 투철한 좋은 아저씨로만 느껴지지 않게 연기했다. 어쩌면 그저 클리셰스럽게 흘러갈 수 있었던 동훈의 캐릭터를 

이선균의 연기력은 공감을 이끌어 내는 풍부한 캐릭터로 그려 냈다. 

지안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동훈을 보며 저런 어른이 있었으면, 

저런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녀에겐 슈퍼히어로, 동훈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꿈꾸고 바라며 산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그 이후에는 내 명의의 집, 내 아이를 위해 투자할 부족하지 않은 생활비 등. 

원하는 것을 이룰수록, 바라는 것은 계속 생겨나고 우리는 그렇게도 계속 욕심을 부린다.


사람답게 사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였던 한 어린 여자 아이의 삶이 

지극히 평범한 어떤 아저씨 하나로 인해 바뀌어 간다. 

그녀에게 사람답게, 평범하게 사는 것은 ‘욕심’이었다.


지안이 남들처럼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는 모습을 보여준 것만으로, 

‘밥 좀 사주죠’라는 말만 내뱉던 지안의 밥을 사주고 싶다는 그 한 마디만으로, 

우리는 이 드라마의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느낀다. 

‘평범해진’ 지안을 바라보던 동훈의 그 웃음은 바로 우리의 것이었다.


대부분의 드라마의 해피엔딩과는 결이 너무나도 달랐던, 

그럼에도 기억에 오래 남는 지안과 동훈의 마지막 만남은 

동훈이 지안에게 했던 말이 그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우리 이제, 진짜 행복하자.”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한 명의 삶은 경험해 보지 못해서 안타까웠고 또 다른 한 명의 삶은 너무나 우리 같아서 먹먹했다.

그렇게도 둘의 행복을 바라게 만들었던, 

그러면서 우리도 꼭 행복하리라 다시 한번 다짐하게 만들었던, 


아픈 사람들의 따뜻했던 이야기. “나의 아저씨”였다.

작가의 이전글 음악,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만드는 마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