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쟁이 엄마 / 유타 바우어 / 비룡소 >
‘오늘 아침, 엄마가 나에게 소리를 질렀어요.’
엄마 펭귄이 소리를 빽 지르는 이 장면을 보면
지금도 나는 저 아기 펭귄이 되어 까암짝 놀란다.
내 인생 그림책 중 하나.
어릴 때 우리 엄마도 갑작스럽게 소리를 빽 지르곤 했다. 엄마는 체력이 약해서 꼭 낮잠을 주무시곤 했는데, 어쩌다가 아마도 심심해서 엄마 머리카락을 건드리면 소리 빽!
깜짝 놀라던 게 트라우마가 된 것 같다. 누가 욱 하는 모습을 보면 지금도 깜짝깜짝 잘 놀라고 이유야 어떻든 가까이 가고 싶지가 않다.
엄마 펭귄이 흩어진 아기 펭귄의 몸을 다시 모아서 꿰매어 줄 때, 나도 안도하게 되고. 미안하다고 말할 때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다. 엄마 펭귄에게서 느껴지는 다정함에 편안함을 느낀다. 봐도 또 봐도 그런 치유의 힘을 느낄 수가 있다.
그림책을 반복해서 보는 건 아기들만이 아니다. 나도 보고 또 보면서 위안을 얻는다. 현실의 엄마가 아닌 펭귄 엄마한테 사과를 받고. 엄마 때문에 정말 깜짝 놀랐다고 펭귄 엄마한테 속으로 투정을 하고. 펭귄 엄마가 나를 잘 돌봐 주는 걸 지켜보며, 너그럽게 엄마를 용서하기까지 한다.
한동안 엄마 머리카락을 만지는 게 큰 잘못인 줄 알았고, 나에게 나쁜 버릇이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어느 여름방학 시골 외갓집 안방에서. 이모는 내가 머리카락을 만져주는 게 참 좋다고 했다. 누워서 TV를 볼 때면 아예 나한테 “이모 머리카락 좀 만져 줘.” 하고 부탁하기까지 했다. 그럼 나는 손가락으로 이모 머리카락을 조금 잡아서 뱅뱅 돌린다. 내가 조그만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살살 꼬아 대면 이모는 기분이 좋다며 솔솔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