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만드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요?
얼마 전 첫 그림책을 내는 후배 작가님이 물으셨어요.
"작가님도 첫 그림책을 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나요?"
"아, 물론이죠. 정말 오래 걸렸답니다."
아마도 많은 작가분들이 첫 책을 내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인 작가의 책을 내는 도전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지요.
그럼 두 번째 책부터는 어떨까요?
물론 작가마다 다르고, 책마다 다릅니다.
경험이 느는 만큼 책을 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더 짧아지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항상 그렇게 되지는 않아요.
슬럼프를 겪을 수도 있고, 중간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미뤄질 수도 있지요.
그러면 <또또에게 일어난 일>은 어떨까요?
이 그림책 초고는 2008년에 쓰였습니다.
2024년에 출간되었으니까, 거의 16년 만이네요.
오래 걸린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여러 번 원고를 고쳐 나가고 다듬긴 했지만.
제일 큰 이유는, 제가 투고를 망설였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주제가, 나의 개인적인 비극일 뿐, 대중성을 갖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거든요.
2001년, 제가 처음 어린이책 분야에 발을 들였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그랬어요.
지금처럼 그림책의 주제나 소재가 다양하지 않았고, 심지어 한국그림책작가는 매우 드물었답니다.
제가 처음 일하던 출판사에서도 외국그림책을 수입해서 번역 출간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강산이 두 번 바뀌고 나니, 이제 출판계 인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그림책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지요.
요즘 한국은 그야말로 창작그림책 출간의 전성기입니다. ^^
그림책의 주제와 소재가 다양하지기 시작했고요.
각종 그림책 작가 학원이 많아지면서 한국 작가도 많아졌어요.
그림책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어린이들도 생겨날 정도로요.
다양한 그림책이 출간되는 분위기를 느끼면서 이 이야기를 내놓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겪은 비극은 종료된 게 아니었어요.
많은 강아지들이 목숨을 잃은 2004년 사건 이후에도, 매년 같은 비극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비극이 아니구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두의 비극이 되지 않도록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마침내 출판사를 만났고, 2021년에 출간계약서를 썼습니다.
그리고 기획의 방향을 점검하고 최종적으로 글을 다듬었지요.
그림작가님의 일정에 맞추어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 다음에는 북디자인 작업을 거쳐 드디어 책이 출간된 것이랍니다.
<또또에게 일어난 일>은 2024년이 되어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고 있지요.
알라딘: 또또에게 일어난 일 (ala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