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작가가 들려주는 그림책 창작 뒷이야기
제가 2008년에 처음 만든 그림책 더미북 제목은 <아주 특별한 오리>였습니다. 장난감 오리를 가득 실은 배가 바다에 전복되었고, 그때 흘러나온 장난감오리들 중 하나가 바다를 떠다니며 여행하다가 고래뱃속에 들어갑니다. 장난감오리는 우여곡절 끝에 고래잡이 어부의 딸과 만나게 됩니다. 어부의 딸은 장난감오리를 두 손에 쥐어들고 말합니다. “넌 아주 특별한 오리야.” 그 더미북은 출간이 되지는 못했지만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동시에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왜 ‘특별하다’는 말을 썼는지에 대해서요. 대답을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때 저는 특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특별하다는 게 무엇일까 스스로도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사소하지만 놀라운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좀 가라앉은 기분이 들었던 때였어요. 구름이 많아 날씨도 약간 흐렸습니다. 종로의 큰 횡단보도 앞이었어요. 신호등이 파란 불로 바뀌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르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때 갑자기 구름 사이로 쨍 하고 햇살이 비추더니, 마치 하늘에서 스포트라이트를 쏘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들 얼굴을 하나하나 비추기 시작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평소 무심하게 지나치던 행인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나! 그렇게 많은 사람들 얼굴이 전부 다 다른 거예요. 너무너무 달랐어요. 조금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사람은 하나도 없었어요.
그때 섬광처럼 어떤 진리가 느껴졌어요.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 그래서 모두가 다 그 자체로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 말입니다. 내가 뛰어난 업적을 이루지 못해도, 부와 명예를 지니지 못해도, 나는 이 세상에 유일무이하기 때문에, 내가 나인 것 자체로 충분하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나를 좋아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그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 일어난다 해도 그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그 사람이 특별한 이유. 내가 누군가에게 특별할 수 있는 이유를 알게 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아주 특별한 오리>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특별한 오리이고 싶었던 아기오리 삼남매가, 자신이 백조가 아닐까 꿈꿔 보았는데, 결국 백조는 아니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냥 평범한 오리 그 자체로 충분히 특별하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그날 그 사람 많은 종로의 횡단보도에서, 특별함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나는 혼자 좋아서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그리고 끄적이기 시작했던 이야기가, 바로 그림책 <'미운오리새끼'를 읽은 아기 오리 삼남매>의 결말을 해결해 주었습니다. 이 그림책의 결말을 어떻게 지을까 하고 여러 해 동안 고민하던 끝에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