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엄은솔>얼굴이 불만에 찌든 남자가 있다. 중년의 남성으로 머리가 벗겨지고 테두리에 남은 머리를 길러 보기 흉한 꼴을 하고 있다. 그는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신호등 건넌다. 스케이트가 보도블록에 걸리자 신경질적이게 발로 차 버린다. 아마 그 스케이트보드는 자신의 것이 아닐 것이다. 그는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그의 뒤편에는 화려한 놀이공원이 있고 그의 앞에는 허물어져 가는 놀이공원이 있다. 그가 전화를 하자 젊은 남자가 재킷을 걸치며 길을 건너 뛰어온다. 그의 모습은 삐쩍 말랐지만 자잘한 근육들이 그의 몸을 지탱하고 있었고 재킷은 오래된 가죽이었다. 그는 머리를 길러 뒷 목을 가렸고 고개를 숙일 때 얼굴에 그늘이 만들어졌다. 중년의 남자는 전화를 끊자 허물어져 가는 놀이공원 안에서 한 여자가 나왔다. 그녀에게 뒤 따라오던 남자를 소개한다. 그녀의 얼굴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눈은 푹 파였고 몸은 말랐으며 검은 머리카락. 매니큐어도 검은색으로 칠했다. 하지만 단번에 미인이라고 알아볼 수 있으며 그런 모습조차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녀를 본 젊은 남자는 애써 그녀를 신경 안 쓴다는 듯이 코를 매만지고 중년의 남자에게 자신을 왜 불렀는지 물어본다. 중년의 남자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표정으로 싱긋 웃으며 그녀에게 그를 소개해주고 그녀에 손에 약을 건네준다. 젊은 남자는 당황했지만 그 약이 자신에게 어떠한 이득을 줄지 알았다. 중년 남자는 다시 싱긋 웃는다. 그 웃음은 따뜻함이 아닌 칼날 같이 차가웠고 다시 몸을 돌려 길을 건넜다. 한동안 그녀와 젊은 남자는 서있었다. 그녀는 손짓하며 그에게 따라오라고 했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꼽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허물어져 가는 놀이공원으로 따라 들어갔다. 악취라기보다는 먼지 냄새 같은 텁텁한 공기가 가득 찼있었다. 발 밑에는 부러진 나무판자, 튀어나온 못, 인형, 과자봉지 등등 수많은 쓰레기들이 가득 공간을 매우고 있었다. 깨진 창문에는 거미가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그녀는 그 남자가 놓칠 듯 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으며 거대한 천막이 있는 놀이공원의 중앙까지 왔다. 그녀는 천막 안으로 들어갔고 남자는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천막 안은 수많은 동그란 창문과 해저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물방울이 떠다녔다. 내부에 인형들이 가득 차있어서 넘어져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보라색과 청록색, 주황색의 불빛들이 사라지고 나타나기를 반복하면서 높은 천막의 천장을 공허하지 않게 해 줬다. 단맛이 강한 과일향이 났으며 그의 입에서도 그 향이 맴돌아 달달한 사탕을 물고 있다는 착각까지 하게 됐다. 그녀는 그런 천막 가운데 서있었으며 어느새 그녀의 어두운 눈빛은 사라졌다.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자신이 이곳에서 유일하게 더러운 존재로 생각했다. 그녀는 손짓했으며 그는 끌려가듯 그녀의 품에 안겼다. 천막은 더욱 밝게 빛났고 동물들이 그 천막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아름다운 울음소리를 냈다.
젊은 남자는 허물어지는 놀이공원 앞에 주저앉아있었다. 무릎을 세우고 고개를 그 사이에 숙이고 있었으며 손은 축 늘어져 무릎에 올려놨다. 그의 발끝에 중년의 남자가 와서 서있었고 그는 싱긋 웃음을 보였다. 젊은 남자는 자신이 겪은 일이 무엇인지 묻기보다는 그녀와 다시 만날 수 있는지 물어봤다. 중년의 남자는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중년 남자는 뒤돌아 화려한 놀이공원으로 갔고 젊은 남자는 그를 따라 같이 화려한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아이의 웃음소리 달달한 솜사턍의 향기 그 놀이공원을 비추는 조명이 넘쳐났고 공원 가운데에서는 넓은 호수에 많은 새들이 쉬고 있었다. 넘치는 사랑과 쾌락이 있으며 사람들은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생기가 넘치는 놀이공원에 길을 건너면 허물어지는 놀이공원이 있다. 그 안에는 한 여자가 있었다.
그림출처
souleom.com
Instagram.com/soulartisteom
사진 유민우
모델 정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