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은솔 그 순간 우리는 반짝이었습니다.>우리는 사랑하려 노력 중이다. 감히 우리가 사랑한다고 이야기할 수 없어서 좋다. 만일 우리가 사랑한다고 확신에 차있을 뿐 진정 사랑하지 않을 때 사랑은 분명히 시험당할 것이고 우리는 그런 어리석음을 품고 있지 않아서 차근히 할 수 있는 만큼의 사랑을 조립해가고 있다. 세상에 역병이 돌고 다들 집에 숨어 있다가 눈치를 보면서 입을 가린 채 밖으로 나왔다. 말 수는 줄고 눈빛은 어두워졌다. 우리는 빛났다. 작은 빛이다. 하나의 방. 작은 방을 옅게 비출 빛이다. 그런 빛으로 마주 봤고 서로 더욱 선명하게 알아봤다. 나는 그녀를 글로 기억했고 그녀는 자신의 방식으로 기억했으리라 생각한다. 천천히 서로를 쓰다듬으며 한 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나체로 거리를 뛰어다녔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보지 못하는 투명한 옷을 입고 거리에 가득 발자국을 남겼다. 페인트통을 들고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렸다. 벽에 칠을 할 때 누구나 설 수 있다고 표현했다. 누구나 걷는다. 다리가 잘려도 당신은 걷고 있다고, 걷는 것은 우월한 게 아닌 피하지 못하는 숙명이라고 말했다.
가득 찼던 만큼의 슬픔이 다가온다. 그렇게 슬픈 아침은 또 없으리라, 나는 나의 어리석음을 오래 알았다. 언젠간 슬픈 결말을 맺을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계속 슬픔을 키워나가면서 밀어 두고 있었다. 저편에서 다가오지 않을 것처럼 먼 슬픔이 갑자기 다가와 우리를 덮쳤고 나 때문에 그녀가 아팠다. 칠한 거리가 눈물로 닦여나갔다. 물자국이 남았고 가장 높은 산에 가서 슬픔을 묻었다. 가까이 두면 끌려다닐 자석을 잊어버리지 않을 만큼 멀리 뒀다.
다시 저녁이다. 혼자 있는 저녁 춥고 한 겨울 같은, 간혹 따뜻한 해가 뜨지만 금방 저녁이 되어 내 살갗을 찢는 바람이 분다. 거친 집 밖으로 나가려면 그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 명분을 몇 가지 갖고 있지만 자유로울 만큼은 아니다. 방안에 빛이 없어 온몸으로 버티고 있다. 그날을 기다린다. 다시 얼굴을 마주 보고 반짝일 그때를 우리가 해왔던 시간보다 반짝이지 못한 시간보다 오랜 시간 반짝일 시간을.
그림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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