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길, 별길, 토끼와 동행
도시를 걸었다
얇은 옷을 걸치고,
난데없이 눈부신 빛을 따라
활기찬 길을 가로지른다.
정처 없이 헤매는 눈동자를
둘 곳이 마땅치 않아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에
잠기도록 방치하는 중이다.
반짝임으로 나를 깨워주길,
바람 한 점 불어 보지만 탁한 공기만이
눈가를 뻑뻑하게 만들 뿐이다.
별빛은 어디로 갔는가.
눈이 부시다.
시선에 꽂히는 불빛이 아프다.
얇은 옷 사이로 드러나는 살갗을
탐하는 눈길을 피하다 보니 길을 잃었다.
멀리 어스름을 깨고 토끼 한 마리가 보인다.
새벽 같기도, 한낮의 청명한 하늘 같기도 한
푸른색을 띤 토끼가 이리 오라 손짓했다.
어둠을 걷는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난데없는 푸른 반짝임을 따라
고요한 길을 오른다.
눈으로 박혀 드는 것은 별일까, 달일까.
무엇도 아닐 수도 있겠구나.
밤이 길다.
외로운 것은 밤인지 나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