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 아님에도,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도.
하늘은 나를 위하지 않는다. 우리를 위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나의 하루와는 무관하게 변함없이, 그러나 변화하면서 아름다웠다.
나는 그 아름다움에 대해 사무치는 답을 띄울 수 있을까.
질문을 하지만, 그 또한 원망이었다. 조금 간절함이 묻었을 뿐이다.
세상은 늘 그 자리였으나,
내 인생은 끝없이 걸어야만 하기에.
지치는 날에도, 슬픈 날에도,
그리운 날에도, 벅찬 행복을 느끼던 날에도.
늘.
늘 그 자리에서 지독히 아름다웠다.
세상은 한낱 개인의 삶에는 무심으로 일관했다.
내가 멋대로, 아무렇게 받아버린 아름다움일 뿐이다.
위로라고 하며, 행복에 행복을 더한다고 발을 동동 거리면서.
사랑의 선물에도 자주 아름다움을 빌리지 않았나.
밤하늘의 쏟아질 듯한 무심이 원망스럽다.
오늘마저 이토록 아름다울 필요가 있었을까.
가슴을 치는 소리가 파도에 묻히고
쏟아 내는 울음은 숲의 고요에 잠긴다.
나는 바닥에 주저 않아 하염없이.
하염없이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본다.
어둠이 그치면 사라지고 말 것들을 기다린다.
나는 아무것도 받고 싶지 않아서 그 자리에
그대로. 그대로 머물러 있다.
별 하나가 변화하며 떨어진다.
한낱 개인의 하루 안에서.
사무치는
답이
날아와
결국은
나를 위하고
마는
무심하고, 무심한
드라마 '인간실격'을 보게 됐다. 이제 겨우 2화까지 봤지만, 시작은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11화를 요약한 영상부터였다. 영상은 주인공인 두 배우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배우의 목소리가 집중력을 더했다. 이미 그때부터 드라마에 빠져든 것 같다. 영상을 보고 드라마의 내용도 모른 체 감상문으로 쓴 시였다.
주인공 '강재'와 엄마가 아빠의 유골을 들고 밤의 숲길을 걷는다. 강재의 엄마는 쏟아질 듯한 별을 마주하고는 걸음을 멈췄다. 밤하늘 가득히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다 울음을 터트리는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를 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강재.
밤하늘을 보며 갑자기 눈물을 터트리는 엄마의 장면을 보면서 강재처럼 눈시울을 붉혔었다. 울고 있는 엄마의 뒤로 어두운 숲이 비쳤다. 숲의 먹먹한 어둠이 강재와 엄마를 감싸 안은 것 같았다. 숲길을 걸을 때, 내리던 눈을 보며 좋아하던 두 모자. 그런데 별을 보고는 왜 슬퍼졌을까.
슬픔은 기쁨에 기대어 위로받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웃는 얼굴에는 어떤 슬픔도 묻히지 못하는 것처럼. '아니야, 아무것도'하고 오히려 슬픔을 감춘다. 내가 흘린 슬픔이 웃는 얼굴에 얼룩으로 남을까 조심하면서. 애써 웃는 맑은 날. 그런 날 같았다. 강재와 엄마가 산길을 걷던 장면이. 그리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울던 모습이. 맑은 날이 저물고 마음껏 울어보려 기다린 끝에 마주하는 밤하늘. 그것은 맑은 날과 다를 게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내가 견뎌온 하루와 무관하게 무해하고 무해한 반짝임으로 아름답던 밤. 그 앞에서 참았던 슬픔이 설움으로 터지는 듯했다. 얼룩이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가엽다, 그런 것은 위로가 되지 못한다.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그 또한 위로가 될 수 없다. 긍정 앞에서 슬픔은 더 지독해지고 만다. 허무하지 않아야 한다. 돌아가는 길의 깜깜한 숲처럼. 슬픔은 가만히 안겨 자국으로 번지고 옅어지며 마침내 잦아드는 묵묵한 어둠이 필요했다. 쏟아낸 슬픔이 묻어나지 않는 그저 까만 밤이면 됐다.
인간실격 드라마의 마지막화를 볼 때쯤이면 감상평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3분 남짓한 짧은 영상은 앞 줄거리와 캐릭터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해석되었다. 설명이 없는 슬픔과 밤의 숲. 그리고 별이 쏟아지던 하늘. 아름다운 것들로부터 소외된 밤. 아직도 엄마와 강재가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