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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은 Feb 14. 2022

12월 30일

12 30


오늘 하고 내일 남았다, 하고 하는 말이 그냥 넘어가지 않아서 목에  걸렸다. 열두 달을 보내고 모두가 약속한 31일에 어떤 개인적이고  공공적인 모든 것을 마무리한다.


같은 해가 지고 같은 달이 떠오른다. 그리고 언제나 어디에도 있던 해가 다를  없이 떠오르지만 다른 마음, 다른 기대, 다른 태도로 어딘가 순수하게 반짝이는 눈동자들이 쏟아진다. 일출보다 뜨겁거나 눈부신 광경이었다.


없던 것이 생기거나, 있던 것이 없어지는 마법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늘과 내일의 사이에 어떤 마법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대로 똑같았다. 똑같지 않기 위해,  하루를 맞이하기에 내가 초라하지 않도록 바쁜 궁리를 한다. 신데렐라의 구두처럼 12시가 되면 사라지더라도 내가 간직할 기억 안에서 특별함을 갖추려 했다. 지난 1년과 앞으로의 1년을 위한  하루의 유리구두.


“올해는 왠지 잘 될 것 같아.”

“시작이 좋아”

“올해는 달라질 거야.”


준비된 것처럼 찰나의 순간에 달라진 것은 단지 마음뿐이었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흔한 말처럼 1 1일이면 해가 뜨는 짧은 순간 누구나 마음을 먹는다. ‘기다려 마디에 열두 달을 기다리고 머금는 간식처럼 망설임 없이 입안에 물고 눈을 감았다. 아주 잠깐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퀘퀘하고 희망찬 침묵이 떠오른다. 비밀들이 소리 없이 빛에 스며들고 눈을 뜬다. 황홀하게 기대하고 지독하게 순진한 자주적인 목소리 1 1일이면 세상에 떠오른다. 갓난아기의 울음처럼 언어가 아닌 유일한 소통이 여기저기 터졌다. 실체 없는 절박함이 일출과 같은 열기였다.


이의 없는 순조로운 시작과 순순히 따르는 . 나로서 가장 솔직해지는 기도.  하루의 결백은 장난스럽고 절박했다. 예고된 별똥별 앞에 준비된 말을 간추리지 않고 장황하게 욕심껏 내뱉는다. 이뤄 주겠다는 약속이나 다짐은 돌아오지 않았다. 단지, 별똥별처럼 사라지지 않았고 생일 케이크의 촛불처럼 꺼지지도 않았다. 기도의 첫마디부터 마침표까지 경청하는 별똥별이 있었다. 활활 타오르는 모습으로. 붉은 존재만으로 감동을 느끼는 벅찬 마음이 새해의 첫날 떠오르는 해를 마주하고 있었다. 무수한 눈동자에 동일한 붉은 존재가 담긴다. 우수에  눈빛에 일렁이는 다홍빛 물결.


나는 그런 마음이었을까. 내가 심어 놓은 소망이 열두  안에 언제고 싹을 틔울 것이라 믿는 마음. 나의 간절함이  해를 살게  거라는 닳지 않는 기대. 같은 달이 저물고 같은 해가 떠오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순수하지 않지만 간절한 사람이라 티끌의 희망에도 쉽게 현혹되어  믿음과 기대를 걸었다.


“무슨 소원 빌었어?”

“무병장수! 그리고 대박 터지게 해 달라고.”


평범한 안정을 바람과 동시에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소원한다. 결국은  모든 것을 이루는 것은 ‘  또한 알고 있음에도. 새해를 마중하고 다를  없는 새해의 나를 마주한다.


오늘 하고 내일 남았다. 약속된 별똥별을 마주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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