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배우는 중입니다 2
지담 작가님의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글쓰기와 인문학 수업을 받는 중이다. 글쓰기 경험일 때도 있고 인생의 태도나 실천에 대한 내용일 때도 있다. 인문학 공부 시간이기도 하다. 오늘은 ‘공부’를 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를 소개해 주셔서 수업을 마치고 찾아보았다.
1999년 코넬대학교의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들은 65명의 대학교 학부생을 대상으로 이해력에 대한 테스트를 한 후, 자신의 성적에 대해 스스로 예상을 해 보라고 하였다.
실험 결과가 매우 흥미로운데, 하위 25%에 해당하는 학부생은 자신이 상위 40% 이상이라고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실제로 상위 25%에 해당하는 학부생은 자신이 상위 30% 이하일 것이라고 예상하여,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주1). 이해력 외에도 운동, 게임, 스포츠, 논리성 등등 다른 분야 능력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신기하리만치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 실험의 결과를 그래프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cf. 원 그래프에서는 지식/ 기술이 아니라 지혜(wisdom)으로 표기되어 있고 괄호 안에 지식과 경험(knowledge / experience)이 표기되어 있다.
결과를 한 줄 요약하면 ‘무식할수록 잘난 줄 알고 알면 알수록 겸손해지는 현상’이다. 그래프를 보니 다행히도 계속 지식을 쌓아가면 지식과 자신감이 비례하면서 상승할 수 있다.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오래된 심리학 실험에서 이미 밝혀진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지담 작가님은 이 그래프를 개인의 성장 과정으로 변형해 설명하였다.
보통 초심자들은 ‘쪼금’ 지식이나 기술을 쌓거나 시도해 보고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이 단계가 ‘우매함의 봉우리(Peak of Mt. Stupid)’ 단계이다. 초심자들은 행운이 오면 자신이 잘난 줄 안다. 그 시점을 지나면 급, ‘절망의 계곡(Valley of Despair)’에 빠진다.
듣다가 내 얘긴 줄 알았다. ㅎㅎㅎ 내가 3년 전에 겪은 게 딱 이거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고 글 몇 개 올리자마자 다음 메인에 자주 실리고 조회수가 폭발하니까 내가 뭘 잘한 줄 알았었다. 잠시지만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었다. 그리고 나서 글의 소재들이 바로바로 떠오르지 않고 글이 쉽게 써지지 않자 석 달 만에 바로 포기했었다.
사실 중요한 건 그 이후 단계였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계속 소재를 찾아나가고 글을 계속 써 나갔다면 ‘깨달음의 비탈길(Slope of Enrightenment)’로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브런치를 쉬면 종종 메시지가 날아온다(찾아 보았는데 지난 석 달 정도의 기록만 보이고 지금은 이 메시지들이 하나도 안 보인다). 대략 내용은 ‘작가님,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사라진 작가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등의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소한 열 번 이상 받은 것 같은데 다 무시하고 쭈욱 쉬었다. ‘절망의 계곡’에 거기가 어딘지도 모른 채 빠져 있었다. 게다가 저 그래프는 잠시 머물렀다 나오는데 난 저 구간이 길었다. 실력은 여전히 초심자이다.
지금의 나는 초심자에 머물러 있으며 절망의 계곡에서 조금씩 기어나오는 중이다. 이제는 더 초심자 때와 같은 행운이 오기 훨씬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고 한발 한발 오르는 시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 구간은 비탈길이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하면 미끄러져 내려오기 쉬운 구간이다. 그런 점에서 나에게는 사실 오르기 어려운 구간이다. 매일 매일 쓰면 이 기울기를 좀 더 가파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현재의 내 깜냥으론 글을 읽을 시간 확보도 중요해서 주3회 겨우 쓰고 있기 때문에 기울기는 완만하다.
다행인 것은 함께 한발 오를 때마다 서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동료 작가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비탈을 오를 때 이 분들이 끌어 주고 밀어주어 힘이 되고 있다. 어쩌면 초심자의 행운과는 비할 바 없는 진짜 행운이다.
그러니 나는 내 할 일만 하면 된다. 계속 걸어가면 된다. 계속 쓰기만 하면 된다.
매일이 새로운 기회다.
- 마하트마 간디
가장 위대한 영광은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음이 아니라,
실패할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
- 넬슨 만델라
※ 주1: 임찬영, 2019.08.07., “근거 없는 자신감의 이유 – 근자감, 더닝 크루거 효과란?”, 정신의학신문,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6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