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이야.
너와 함께 스무 해 사는 동안 엄마가 가장 많이 했던 말.
"엄마 이제 퇴근할게!"
회사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는 집에 가는 길이라고 알려 주려고 "엄마 이제 퇴근해!"를 외쳤고,
집에 와서 복닥복닥 저녁 먹고 수다 떨고 각자 할 일 하다가 잠자리에 들면서도 외쳤어.
"엄마 이제 퇴근할게! 잘 자!"
밤마다 잘 자라는 굿나잇 인사를 하면서 너에게 외쳤던 '엄마 이제 퇴근할게!'에는 엄마 노릇에는 왜 퇴근이 없는지, 하는 한탄이 담겨 있었어. 엄마는 '엄마의 희생' 따위는 국 끓여 먹은 엄마였나 봐. ㅎㅎㅎ
엄마는 너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고 싶었어.
엄마의 인생마저 내려 놓고 너에게 희생하는 엄마는 되고 싶지 않았어. 엄마는 엄마 자신을 너무 사랑하니까. 그래, 그 말도 맞아. ㅎㅎ
그렇지만 엄마는 엄마의 윗 세대들처럼 살고 싶지는 않았어. 자식만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희생하는 듯한 삶, 내 삶은 텅 빈 채 자식의 성공을 나의 성취로 둔갑시켜 자녀에게 집착하거나 자녀를 자랑하는 삶을 따라가고 싶지는 않았어. 부담과 죄책감을 주고 결국은 좋은 관계로 남지 못하는 그런 사랑의 형태가 뭔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어.
'엄마처럼 살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엄마의 속마음이 할머니에게 미안했고 할머니가 안쓰러웠어. 할머니는 할머니의 인생을 행복하고 멋지게 사셨으면 했어. 너도 언젠가는 엄마가 엄마의 삶을 당당하게 사는 모습에서 더 힘을 얻지 않을까 싶었어. 무엇보다도 엄마가 그런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 주어야, 너도 누군가의 엄마를 너의 종착지로 두지 않고 너에게 주어진 너의 삶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어.
엄마가 부모의 자랑이 되려고 태어난 게 아니듯, 저도 엄마의 자랑거리가 되려고 태어난 게 아니니까.
너는 너 자신의, 너 자신에 의한, 너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아야 하니까.
'그래서' 였는지, '그래도' 였는지 모르겠지만, ㅎㅎ
엄마는 너와의 스무 해가 내내 참 행복했다. 너와의 스무 해가 행운이었다.
너에게 배운 것이 참 많았어. 엄마가 너를 키운 줄 알았는데 네가 엄마를 키웠더라고. ㅎㅎㅎ
엄마를 키워 줘서 고맙다!
그렇게 자라 어느 새 스무 살인데, 곧 독립할 텐데,
이제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너에게 훈수 두는 짓은 그만 할게(제 입으로 말해 놓고 약속을 잘 지켜야 할 텐데 ㅎㅎㅎ).
이제는 너도 어른. 우리는 똑같이 어른.
이제 우리 각자의 인생을 잘 살아가 보자.
그 길에서 엄마가 너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면 작은 사례와 참조점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그 길에서 네가 물었던 이야기들, 너와 나눈 이아기들, 너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아무렇게나 써 볼게.
그럼 이만!
엄마 이제 퇴근한다!!!
글에 들러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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