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chaKucha 20X20 Vientiane Vol 8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한국에서 온 싸이입니다
라오스에 배낭여행을 왔다가
주저앉아 지금은 카페 노마드에 갇혀 버렸죠
오늘 밤 이렇게 “북부 라오스와의 만남”에 대해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라오스의 18개 도들 중, 저는 퐁살리를 제일 좋아합니다
최북단 퐁살리는 중국, 베트남이랑 국경을 맞대고 있죠
우 강이 산들 사이를 흐르고요
“하늘산”이란 뜻의 푸파도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제 오랜 친구 티앙탐도 퐁살리 출신이랍니다
언젠가 티앙탐이 자기 이름은 퐁살리 시내에서
딱 한 명 밖에 없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퐁살리에 간 날,
길거리 음식 장수에게 티앙탐을 아냐고 물어봤죠
노점의 젊은 엄마는 “알아요!”라고 했고
어린 아기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티앙탐은 퐁살리에서 무서운 사람이었던가봐요
노점 엄마가 저를 티앙탐의 고향집으로 안내했습니다
티앙탐의 엄마아빠를 만나 인사를 하고 나니
이제 온 동네가 제가 티앙탐 친구란 걸 알게 됐죠
저녁에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티앙탐의 고향 친구들이 쳐들어왔습니다
이게 그 퐁살리에서의 첫날밤이랍니다
우리는 3일 밤낮을 달렸습니다
왜 티앙탐의 친구들이 일하러 안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친구들은 저를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이곳저곳으로 술 먹으러 다녔죠
퐁살리는 녹차로 유명합니다
이 녹차밭 꼬맹이는 술에 쩐 우리를 보고
울기보단 웃어줬습니다
고맙게도 말이죠
여행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특히 오지에서라면 말이죠
우 강을 따라 넝키아우나 므앙쿠아까지
건기에는 배가 한 번에 못 간답니다
그래서 므앙삼판이란 곳에서 하룻밤을 지내야 했죠
게스트하우스 하나 없는 정말 조그만 동네였어요
티앙탐 친구의 소개로 친구 삼촌 댁에
신세를 지기로 했습니다
셋 아저씨는 우 강가의 조그만 대나무 오두막에서
두 딸이랑 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두 딸이 만난 최초의 외국인이었고
그 집은 제가 최초로 묵은 물과 전기 없는 집이었죠
티앙탐 친구의 삼촌네 옆집 친구들이에요
이게 이 친구들 평생에서 처음으로 찍어보는 사진이라네요
셋 아저씨한테 주소를 물었더니
“퐁살리도, 므앙 삼판, 미스터 셋” 달랑 이렇게 적어줍니다
이따위 주소가 제대로일 리가 없단 생각에
이 사진을 뽑아 주려고 이 동네를 다시 와야 했죠
여행은 계속되고, 인생은 의외의 연속입니다
서울 살 때 바로 한동네이던 외국인 학교 스쿨버스를
여기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이 고물 버스가 서울에서 삼느아까지 오게 된 길을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
또 다른 상상 속의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육로 여행은 시간과 체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 보지 않으면
한 동네가 어떻게 다른 동네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 수 없죠
그리고 차창 너머로는 끊임없는 대자연이 펼쳐집니다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요
장거리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다 보면
옆자리 사람이랑 어떤 동지애를 느끼게 됩니다
그 먼 길을 내내 같이 지나왔으니 당연한 일이죠
이런 동지애는 가끔 새로운 친구로 발전하기도 하고
재수가 좋으면 사랑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꽝이네요
북부 라오스에는 신기한 곳들이 많습니다
석회암 동굴로 유명한 건 왕위앙이지만
위앙싸이의 빠텟라오 동굴들은 그거랑 차원이 다르죠
이 천연의 돔구장에서 축구도 했답니다
눈비도 피할 수 있고, 폭격으로부터도 안전하죠
후아판의 수언힌땅이란 곳입니다
선돌공원이라는 뜻이에요
씨앙쾅의 돌단지평원이랑 캄보디아 앙코르왓이랑
이걸 연결할 수 있는 멋진 가설이 있지만
여러분이 직접 상상해 보시라고
오늘 그걸 알려드리진 않겠습니다
소꿉놀이는 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좋아합니다
라오스 북부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소꿉이 소꿉이 아니네요
커다란 부엌칼을 그대로 가지고 놉니다
얼핏 보기에는 너무 위험해 보이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렇게 노는 애들이
더 빨리 어른으로 자라나는 거죠
호랑이가 있어서 자랑스럽습니다!
후아판의 므앙히암 마을 어귀에 걸린 간판입니다
하지만 산속에서 제일 만나기 싫은 게 호랑인걸요
여러분이나 실컷 자랑스러워하세요
전 도망가렵니다
온천은 북부 라오스의 많은 관광자원들 중 하나입니다
노천탕 몇 개랑 찬물이 있었으면
여기서 며칠 더 놀다 가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샤워에서 나오는 물은
너무 뜨거워서 절대 몸을 씻진 못하겠더군요
계란이 익을 정도로 엄청 뜨거웠습니다
다행히 적당하게 물이 식은 지점을 찾아
지친 발을 쉴 수 있었습니다
라오스에 살면서 정말 좋은 것 두 가지는
일 년 내내 푸르른 정원과
쪼리만 신고도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거죠
여행을 하며 얻는 게 뭘까요
사실 그런 건 없습니다
지나온 여정에 남겨둔 건 없고,
그 길에 만난 사람들에게도 전 빨리 잊히길 바라죠
운이 좋으면,
여행의 시간이 추억이란 이름으로 남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추억을 쌓기 위해 여행하는 것도 아니랍니다
단지 길이 있어 떠날 뿐
그리고 여기, 가운데 티앙탐이 있습니다
라오스 생활 초기에 정말 많이 도와준 친구죠
고마워 티앙탐
이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데 멋진 가이드가 되어 줘서
떠나던 날 아침, 므앙삼판의 셋 아저씨는
계란 두 개랑 찹쌀밥을 챙겨줬습니다
숙박비를 내겠다고 해도 한사코 거절하던 아저씨,
가끔 이렇게 너무나 순수한 선의를 만나게 되면
그간의 인생을 돌아보게도 되고
세상이 그래도 살만하구나 느끼게도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