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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ay 싸이 Jun 03. 2024

영주권이 뭐라고 1

라오스 영주권을 따내기 위한 처절한 사투

2022년 11월


이게 몇 번째 비자였더라.

카페노마드를 열고 처음 사업자 비자를 받은 게 2011년이었을 테니까 벌써 11번째 비자. 처음에는, 대다수의 외국인들이 라오스 사업자등록시스템의 난해함을 감당하지 못하고 브로커나/와 차명을 활용하는 판국에서 브로커를 끼지 않고 라오스인 명의를 빌리지도 않고 내 이름로 된 가게를 연 게 나름 뿌듯했기에 매년 비자를 갱신하는 일이 귀찮지 않았다. 사업자 명의가 본인이 아닌 외국인 거주자는 브로커를 통해 외국인 채용 쿼터가 있는 다른 회사의 직원이 되는 식으로 취업비자(LA-B2)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자면 쿼터 매입 비용, 브로커 비용이 추가돼서 매년 최소 500불 정도는 비자에 돈을 써야 하지만(800불을 썼다는 사람도 있었다), 내 이름으로 된 사업자등록증이 있기만 하면 투자자 비자(NI-B2)를 직접 갱신하는 비자수수료는 그 반도 안되는 150불 남짓. 남보다 돈을 덜 쓰는 것도 그 '귀찮지 않음'에 일조했다.

귀찮지 않음이 깨지기 시작한 건 비자를 갱신해야 하는 시기가 해마다 조금씩 빨리 돌아온다는 걸 깨달으면서였다. 1년짜리 비자를 갱신한다 하면 으레 올해 비자 만기일의 다음날로부터 내년의 올해 비자 만기일과 같은 날까지 기간이 연장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라오스 관청의 시각은 달랐다. 올해의 비자가 언제 끝나는가는 별로 상관없이(기한을 넘겨서 신청했다면 문제삼았겠지) 내가 비자갱신을 신청한 시점으로부터 새로 1년의 비자를 내주는 거였다. 비자갱신에는 보통 7근무일이 소요된다. 월요일에 신청하면 다음 주 화요일에 나오는 식. 그 기간을 염두에 두고 비자만료일 7일 전에 갱신신청을 하곤 했는데, 그러면 꼭 애매하게 만료일보다 한 2~3일 정도 앞당겨서 새로운 비자가 시작되었다. 매년 이걸 반복하다 보니 첫 비자는 12월 중순부터 시작했는데 11년이 지난 지금은 11월 초에 비자기한이 시작되고 있다. 이게 뭔 세차운동도 아니고.

조금씩 깎여가는 비자기한이 조금씩 신경을 갉아들어오고 있던 중 비자갱신시기를 깜빡하고 비자만료일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갱신신청을 한 해가 있었다. 아이 뭐 이런 귀찮은 일이. 원래 기념일을 챙긴다거나 하는 일에는 젬병이라 신경을 써서 기억을 해 두어야만 하는 이 연례행사가 점점 더 귀찮아졌다. 비자만료일에 갱신신청을 하면 뭐 문제가 되려나 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다. 다만 이전 비자만료일로부터 하루를 건너뛰어 새 비자가 시작되었는데 엄밀히 따지자면 하루를 무비자로 지낸 셈이다. 한국인은 30일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니 별로 문제될 건 없기는 하다.

이 모든 것을 떠나서, 거의 20년을 살며 꼬박꼬박 라오스 정부에 세금도 갖다바쳐 왔는데 매년 이렇게 신경쓰고 돈써가며 체류자격을 증명해야 되는 것이 너무나 귀찮아졌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두둥! 영주권이었다.


영주권을 따면 명실공히 에일리언이 될 수 있다!

라오스에서 외국인을 부르는 이름은 두 가지이다. 콘땅빠텟과 콘땅다오; 콘 ຄົນ=사람, 땅 ຕ່າງ=다른, 빠텟 ປະເທດ=나라, 다오 ດ້າວ=지역. 둘 다 외국인을 부르는 말이지만 콘땅다오는 라오스에 오래 산 외국인, 즉 영주권을 딴 사람을 특별히 구별해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콘땅빠텟은 주로 foreigner로, 콘땅다오는 alien으로 번역한다. 성조가 다르긴 하지만 다오 ດາວ 는 별을 뜻하기도 한다. 흔해빠진 외국인이 아니라 별에서 온 그대가 된다고 생각하니 더욱 영주권이 따고 싶어졌다. 영주권을 받으면 다오 위의 성조표시를 살짝 지워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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